일상 속 말씀 묵상
어느 봄날,
한 아들이 노쇠한 어머니를 등에 업고
꽃구경하러 가자며 길을 나선다.
처음에는 그저 봄나들이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산길이 깊어지고 숲이 짙어질수록
어머니는 아들이 왜 자신을 업고
자꾸 산으로만 가는지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아들이 혼자 내려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가는 길마다 솔잎을 꺾어 놓는다.
어머니는 자신의 마지막 길 앞에서도
먼저 걱정하는 것은
여전히 아들이 살아 갈 길이다.
오늘 사순 제4주간 미사 강론에서
주임신부님께서는 「꽃구경」 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장사익의 노래로도 널리 알려진 그 이야기는
짧지만 오래 마음에 남았다.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서 말씀을 다시 펼쳐 보았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야 49, 15)
이 말씀 앞에서
문득 어머니의 사랑과 하느님의 사랑이
겹쳐 보였다.
어머니의 사랑은
설명만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다.
말보다 먼저 마음으로 알아듣게 되고,
받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비로소 그 깊이를 깨닫게 된다.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끝까지 걱정하는 마음,
내려갈 길을 미리 헤아려
솔잎을 놓아두는 마음.
그 사랑은 참으로 애틋하고도 크다.
그러나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은
그 크고 깊은 어머니의 사랑조차도
하느님의 사랑을 비추는 하나의 비유일 뿐이라고 말해 준다.
사람의 사랑은 때때로 흔들린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마음이 식기도 하며,
때로는 가까운 사이에서도
서운함과 오해가 쌓인다.
나 또한 세상 안에서
수없이 마음이 출렁인다.
별일 아닌 일에도 흔들리고,
마음의 문이 닫히고,
평안을 잃어버린 채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그 흔들림 한가운데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들려온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내가 주님을 잊고 살아도,
주님이 멀어진 듯 느껴져도,
내가 지쳐 주저앉아 있어도
하느님은 나를 잊지 않으신다는 말씀.
내 속눈썹 하나까지도 세고 계시고,
내가 다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도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이
나를 잊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씀을 가만히 붙들고 있자니
평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금 알 것도 같다.
세상이 잠잠해져서가 아니라,
나를 끝까지 기억하시는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흔들리는 저를 붙드시고
잊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 안에
오늘도 머물게 하소서.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