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 학부 신입생 때 이야기다.
그 시절엔 하루가 멀다 하고 술자리가 있었다.
어느 날은 선배가 사준다며 모였고, 다음 날은 동기가 한 잔 하자며 모였다.
봄바람에 찬 기운이 섞여 불던 어느 저녁 술자리로 기억한다.
여자 동기가 뒤늦게 술집을 들어오며 짜증을 냈다.
"짜증 나, 오늘 길에 이사도라 만났어."
문쪽에 앉아있던 동기가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사도라가 누가야?"
학기 초부터 모든 정보에 빠삭한 옆 자리 동기가 말했다.
"있어, 이십사 시간 돌아다닌다고 이사도라래."
늦게 들어온 동기가 해명을 이었다.
"짜증 나게 쫓아오면서 집적대잖아. 저리 가라고 욕하고 막 뛰어왔어."
한껏 짜증이 난 동기에게 위로랍시고 남자 동기가 하는 말
"야, 이사도라도 아무나 그러는 거 아니래, 예쁜 여자만 그런데."
그 말에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진짜?'하고 대꾸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 동기가 눈을 홀기며 말했다.
"아이씨, 저번에 이사도라 만났는데, 그냥 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