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시간의 축을 상상한다
이제니 시인 '나선의 감각-물의 호흡을 향해' 소감문
애착이 생긴 샤프가 고장이 나서 똑같은 샤프를 새로 샀다
버리지 못한 샤프를 실수로 꺼내고 아차 하며 웃는다
실수로 집어든 내가 옛날의 내가 아닐까 상상한다
실수로 집어든 네가 지나친 네가 아니었나 상상한다
간발의 차로 놓친 엘리베이터에 있는 배달부를 상상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변해버린 지하철 풍경을 상상한다
빛은 이동한다
빛을 본다고 말한다
빛이 있다고 상상한다
정오에 사라지는 나를 자정의 내가 상상한다
시차가 다른 너와 함께 있다고 말한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뜻 대신 눈물을 갖고 나오는 글자를 본다
각기 다른 감정의 출처를 지닌 글자가 주위를 맴돈다
빛은 이동하고 어떤 시간의 어떤 사람을 데려온다
그다음 공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다
시차가 다른 사람이 서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하다
자정과 정오는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보이지 않는 빛을 보인다고 할 때
나는 구부러진 시간의 축을 상상한다
빛은 이동하고 달라진 빛의 온도를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