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하는 자취에 처음 하는 외국생활에서 맞이한 생일이다.
생일은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생각해 보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상황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시간들 속에서는 주체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나간다는 힘을 느꼈었으나,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내 할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단순히 살던 대로 살아가는 관성이 내 몸을 움직이게 한다는 게 느껴진다. 하루를 영위하는 과정 속에서 마주 보고 소통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코딩된 상태로 움직이는 로봇이 된 거 같기도 하다. 이곳은 마트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꽤 있지만 10분간 마트에서 집까지 걸으면서는 대낮에도 사람이 너무 없어 시야에 대략 10명 정도가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특별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특별하기에 가끔은 별거 아닌 깡통 생명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하루 탄생과 죽음에 대해 망각한 채 다른 생각들에 몰두하다 맞이하는 생일은 생명체인 나를 마주 보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가볍게 던지는 축하한다는 말도 먼 땅에 놓여있는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만 같아 고마운 마음이다.
또다시 나는 존재하는 나에 대한 망각을 시작으로 살던 대로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이렇게 잠깐 멈춰 서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이 방 공기가 새롭고 안락하다. 23일 아침 이제 나는 커튼을 걷고 아무도 안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고 멍 때리다가 가볍게 운동하고 나갈 준비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