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두고 온 엄마

엄마라는 존재

by 라니

외국에서 10여년간 살면서 그 빈 시간 동안의 일상을 엄마와 나누는 소중함. 하루에도 몇 번이나 엄마를 부르고, 가끔은 갓난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엄마를 뒤에서 껴안으면 푸근한 엄마의 뱃살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번 여름 레바논에서 폭발 화재가 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작년에 함께 비행했던 레바논 동료를 떠올렸다. 아부다비에서 산지 12년 차인 남자 승무원. 작은 에어버스 320 비행기의 비즈니스 8석을 같이 담당하게 되었다. 비즈니스에는 아라빅 어린 소녀가 그녀의 엄마와 탑승해 있었다. 레바논 승무원 모하메드가 그 숙녀 손님에게 무엇을 물어보았는데 "그거 우리 엄마 꺼야"라고 말을 하던 순간, 그 동료의 눈빛에 차오르던 슬픔을 기억한다. 서비스가 끝나고 기장실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레바논에 두고 온 그의 엄마 이야기를 들려준다.


많은 아라빅 국가들의 동료들이 아랍 에미레이츠라는 나라에 와서 일을 한다. 그 친구 역시 오래전, 일자리를 찾아 아부다비에 왔고, 내전이 끊이지 않는 자신의 고향에 홀로 두고 온 어머니가 걱정되어 여러 번 이 쪽으로 오라고 했는데, 도통 그의 말을 듣지 않으신단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그의 어머니가 지키고 있는 고향이다. 북쪽과 동쪽은 시리아, 남쪽은 이스라엘과 접해 있는 나라이고,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정세가 많이 불안한 나라이다. 어린 아라빅 소녀가 자신의 엄마를 애틋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났나 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큰 덩치에서 우렁차게 손님을 맞이하던 동료가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구불어진 어깨선 사이로 근심이 느껴졌다. 누구보다 듬직한 남자 승무원인 그도 어머니를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어린 자식이였다.



십 년 전 이모가 갑작스럽게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네 아들을 세상에 두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들렀던 이모의 병실. 이모는 엄마를 붙잡고 한참 동안 김장을 걱정하셨다. 살 날이 몇 달 남지 않은 암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아들들에게 보내줄 김장 김치를 걱정하는 이모의 모습이 더 슬프게만 느껴졌다.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끈으로 세상에 태어나, 누구보다도 끈끈한 관계로 존재하는 사람들.

레바논 전쟁터에 두고 온 어머니를 염려하듯,

예고 없이 폭격이 일어나는 나라에서 그의 어머니는 비행하는 아들을 걱정하고 있으시겠지?


서로가 서로를,

마음으로 품어내고 있는 사이.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레바논에 있는 그의 어머니가 안녕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어머니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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