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승무원을 준비할 때 나의 목표는 오로지 아랍 에미레이츠에 있는 항공사였다.
여중, 여고를 나와 대학에 가서도 여자가 많은 과에 다녔던 터라 그런지, 여고생 때 동아리 들었던 친구들의 군기가 꽉 잡힌 모습을 보고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시골에서 자랐던 내가 갇혀 있지 않고 멀리 멀리 집과는 먼 곳으로 가고 싶었던 바램의 덕분인지 모든 이유가 다 섞여서 였겠지싶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의 항공사이면서, 해외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항공사인 아랍 에미레이츠에 있는 2곳의 항공사를 목표로 시험을 보았다.
아랍의 항공사는 국내 기업의 공채처럼 매년 있는 것이 아니기에, 타이밍 또한 중요한 변수였다. 아시아를 비롯하여 유럽, 아프리카, 미국과 브라질에서도 크루가 있기 때문에 각 국적별 승무원마다 비율이 있다고 한다. 필요한 언어를 구사하는 승무원의 수요가 충분히 채워졌다면, 그 국적의 직원은 당분간 채용이 뜸하다는 말이다.
20대 초반, 내가 아부다비에 가서 살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어쩌면,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읽었던 책, 아프리카 소말리아 출신에서 세계적 모델이 된 "와리스 디리"의 자서전을 읽고 나도 모르는 사이, 가 보지 않은 세상 곳곳을 가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소말리에서 태어나 어린 소녀에게 가해지는 할례라는 관습과 학대에 사막길을 내달렸던 책 속의 소녀를,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 속에 새기고 간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첫 아부다비에 도착해서 살던 보금자리에서 내다본, 아부다비 맹그로브 공원 뷰.
청소를 하다가 서랍장 속 사진들이 눈에 띄였다. 아부다비로 가면서 인화해서 챙겨 갔던 내 준비생 시절의 모습.
현라와 인천 공항에 놀러 갔던 날, 우연히 게이트로 빠져 나오는 서울로 취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티하드 크루를 보면서 기뻤던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 공항 답사까지 갈 정도로 원하고 풋풋했던 모습이었다.
현라는 스코틀랜드 신랑을 만나 강원도에 신접 살림을 차린다고 했다.
한 때는 같은 길을 바라보고, 같은 꿈 하나만을 공유하며 눈 내린 새벽을 걸어 새벽같이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던 사람들인데, 어느 새 시간이 지나,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길은 다르지만 다름 속에 옳음과 그릇됨은 존재 하지 않고, 서로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서로 소중히 하는 삶의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꿈을 찾고, 꿈을 쫓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꿈을 이루고 나서도 또 다른 길 위에서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
나이를 떠나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고 소망하는 우리 모두는 이미 우리 인생의 청춘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희망찬 마음과 고됨이 함께 찾아오는 꿈속을 달리는 인생 여행, 모두의 길 위에서 모든 청춘이 빛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