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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행 작가 Dec 04. 2020

수능 한파

1994년 11월 23일, 사납게 부는 바람으로 나가기 싫었던 날이었다. 살을 에워쌀 기세로 바람이 불었다. 그 날은 바로 수능을 보는 날이었다. 기숙사에서 생활을 했다. 학교에서 모여서 고사장으로 출발을 했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건절했다. 교등학교 1학년 때부터 담임선생님이 대학진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알고 도움을 주었다. 당시 다닌 학교는 특수학교였다. 중고등학교가 함께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는 쪽으로 선택을 많이 하는 학교였다. 나는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특수학교로 진학을 했다. 다녔던 ‘명혜고등학교’‘는 일반학교 과정을 그대로 했다. 한 학년 위 선배 중 두 명만이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선배들은 학교 정구수업도 들었지만 대학진학을 위한 지원이 미약해서 자학자습으로 해서 시험을 보았다. 자학자습이지만 선생님들이 도움을 주긴 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진학을 한 선배도 있었다.

드디어 고3이 되었다.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동기는 나를 포함해 4명이었다. 학교에서 보충수업이라도 해 주길 바랐다. 바람은 산산히 무너져버렸다. 건의를 했지만 이런 답변을 들었다.

“대학에 가기를 원한다면 학교 수업에 들어오지 말고 도서관으로 등교해 하루종일 자습하면서 공부를 하면 좋겠다.”

학교방침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수능시험 보기 전까지 도서관에서서 자습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중간에 모르는 것이 나오면 교무실에 가서 아무 선생님에게나 물어보았다. 궁금증은 그렇게 풀어나갔다. 중간에 모의고사도 보았다. 모의고사를 보면 점수는 잘 나왔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11월 23일에 수능을 보았다.

수능을 준비하면서 담임 선생님이 많은 지원을 해 주었다. 앞에서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라고 하셨지만 담임 선생님은 잊지 않고 수업이 없을 때마다 도서관에 오셔서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오후 늦게 나를 호출하셨다, 교무실이 아닌 주차장으로 호출을 하셨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진행아, 차 타렴!”

아무런 말도 없이 차에 탔다. 차에 타니 담임 선생님은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출발을 하신다. 출발을 한지 10분 정도 지났나. 서점 앞에 주차했다.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말을 하신다.

“진행아, 네가 보고 싶은 문제집 마음껏 골라봐라. 사 줄게.”

’왜 나만 사 주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3명은 안 사 주시고 왜 나만?‘

3명의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사 준다고 하시니 기쁜 마음으로 5권 정도의 문제집을 골랐다. 문제집을 구입 후 학교로 가는 길에서 선생님은 말하신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 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서 대학에 합격하겠습니다.”

이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 미소에는 지원을 많이 못 해주는 미안한 마음도 느껴졌다. 사 준 문제집으로 수능 보기 전까지 공부를 해 시험을 보았다. 하지만 시험을 본 4명 중 한명만 대구대학교에 합격을 했다.

기로에 선 나였다. 재수를 하느냐, 다른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른....

겨울방학 때, 집에 있는데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진행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지운서 내보지 않을래?”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지원해 보겠다고 하고 선생님을 만나 지원을 했다. 방학동안에 부모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기에 망설였다.

“진행아. 대학보다는 직업학교에 가서 기술을 배우고 취업을 먼저 하는건 어떠니? 대학은 후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잖아.”

하지만 대학 입학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강했다. 담임 선생님의 연락은 이런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그렇게 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입학을 하게 된다.

매서운 날씨를 뚫고 고사장으로 간 날이 기억이 난다. 수능날이 다가오면 추워진다. ’수능한파‘라고 한다. 오늘은 2021학년도 수능을 보는 날이다. 어김없이 올해도 매서운 날씨다.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번의 연기가 있었다.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마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고사장으로 가는 길은 추웠지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만은 따뜻하기를 바란다.

수능날이다. 수능을 본지가 26년이 지났다. 고사장으로 가는 길은 추웠지만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의 마음은 따뜻했었던 그 날이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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