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룻밤만큼의 따뜻함을 주세요
통디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때 대장 첫새벽이 무리를 불러 모았다. 통디는 이야기를 멈추었다. 봄꽃을 비롯한 암탉들과 병아리들은 첫새벽 곁으로 모여들었다. 한낮의 평화는 아주 짧았다. 금방 저녁이 되었다. 이제 다시 농가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낮잠도 푹 즐기고 자신의 힘들었던 이야기도 다정하게 나누던 통디는 병아리들이 대장 곁으로 모여들자 어제 밤의 일들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혼자 또 그런 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첫새벽은 무리를 모아 숫자를 세었다. 통디는 정말 헤어지기 싫었다. 그래서 얼른 무리에 끼어 섰다. 첫새벽이 통디를 보고 무서운 얼굴을 했다. 그래도 통디는 버티었다. 그러자 첫새벽이 다가와서 그 날카로운 부리로 통디를 쪼았다. 통디는 아픔을 참고 버티었다.
대장 첫새벽은 무서운 소리로 통디에게 함께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통디는 하룻밤만이라도 봄날 아침과 봄꽃, 봄내음, 병아리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오늘 밤만이라도 같이 있게 해달라고 계속해서 졸랐다. 첫새벽은 통디를 때렸다. 그리고 무리에서 떼어내려 밀쳤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어린 통디는 있는 힘을 다해 얼른 일어나 봄날 아침에게 바짝 붙어 섰다.
그리고, 통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픔보다도 숲 속 유치원에서 따돌림당하고, 밀쳐지고. 쫓겨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 나는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구나!’
통디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돌려 숲을 향해 걸었다. 고개와 어깨가 땅으로 축 쳐진 채 무겁고 힘든 걸음을 옮겼다. 통디의 눈물이 작은 발등 위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
그때 봄날 아침과 봄꽃이 통디를 가로막고 첫새벽에게 말했다.
“숲에서 혼자 너무도 무섭고 외로운 밤을 보냈잖아요. 오늘도 혼자서 밤새 두려움에 떨거나 위험에 처하게 될 거예요. 만약 이 아이를 데려가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 해도 우린 후회하지 않겠어요. 오늘은 데려갑시다. 적어도 우리가 저 아이보다 더 겁쟁이가 되어선 안 되니까요.”
봄꽃이 말했다.
“저 용감한 아이에게 우리도 용기를 보여 주어야 해요. 그래야 저 아이도 다시 용기를 잃지 않을 거예요. 오늘 단 하룻밤만이라도 이 아이가 따뜻하고 편안하게 밤을 보내게 해 주어요. 우린 어른이니까요.”
암탉 봄날 아침도 말했다.
대장 첫새벽은 한참을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곤 마침내 할 수 없다는 듯이 통디를 따라오게 놔두고 집으로 향했다. 통디를 데려가는 대장의 마음은 한없이 복잡했다. 하지만 통디는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포근하게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봄꽃과 봄날 아침이 통디의 옆에 서서 다정하게 함께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통디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숲을 빠져나가니 멀리 통나무로 지은 농가 한 채가 굴뚝으로 저녁연기를 내뿜으며 서 있었다. 첫새벽은 무리를 이끌고 농가 뒤쪽에 딸려있는 우리 앞으로 갔다. 방문이 열리고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남자가 나와서 우리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로 들어가는 닭들의 숫자를 세었다.
“어, 어디서 오리가 같이 왔네?”
남자는 무리 속에서 통디를 보았다. 통디는 암탉과 병아리들 사이에 들어가 씩씩하게 걸어서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농장주인은 우리 문을 열고 통디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농장주인은 물과 모이를 준 후 문을 걸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농장주인의 눈초리에서 벗어난 통디와 암탉들 그리고 어린 수탉 장하와 대장 첫새벽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병아리들은 모이통에 몰려가서 모이를 먹고 짚이 깔린 자리로 갔다. 암탉과 대장은 높은 횟대로 올라갔다. 통디는 병아리들과 함께 짚더미 속으로 들어갔다. 짚더미는 향긋하고 포근했다. 통디는 날개에 머리를 묻었다. 참으로 아늑하고 좋았다. 통디가 아기였을 때 소나무에 있던 엄마의 둥지 안에서 엄마 품 안에서 잠들 때만큼 행복하고 편안했다. 병아리들이 통디에게 이야기를 마저 해 달라며 통디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통디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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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