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힐링 동화
저 아이들과 같지 않아도 괜찮아!
회의를 마친 백조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나자 아빠 푸른 산과 엄마 흰구름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얘야, 엄마는 널 사랑한다.”
흰구름이 다가와 통디의 목 털을 골라주었다. 통디는 좋아서 엄마 목덜미에 머리를 비볐다. 흰구름이 깃털을 골라주길 멈춘 후에도 통디는 떨어지지 않았다. 통디 역시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자신을 끝까지 지켜 줄거라 믿었다. 아빠 푸른 산도 다가와서 흰구름과 함께 통디를 감싸주었다. 통디는 엄마, 아빠 품에서 따듯함을 느꼈다. 안심이 되었다.
“그래. 엄마, 아빠가 날 지켜줄 거야.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나도 엄마처럼 될 거야. 나도 엄마처럼 날씬해지고 다리와 목도 길어지고 그리고 목소리도 아름다워질 거야.”
하고 통디는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른 산과 흰구름은 통디를 물고 강가로 갔다.
“백조는 무엇보다도 눈부시게 희고 깨끗해야 한단다.”
흰구름이 물속으로 통디를 밀어 넣었다. 통디는 물속으로 미끄러졌지만 곧 물 위로 떠올랐다. 흰구름이 먼저 깨끗한 강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가글가글 하고 뱉었다. 아기 통디도 물을 한 모금 입에 물고 엄마를 따라 가글가글 하고 뱉었다. 엄마는 입으로 물을 조금씩 물어서 깃털 위에 뱉으면서 깃털을 씻어 내렸다. 통디도 엄마를 따라 입에 물을 머금고 깃털에 뱉으며 씻어 내렸다.
“겨울 대 이동이 얼마 남지 않았소. 우리 통디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칩시다.”
아빠 푸른 산이 말했다.
“물의 흐름을 잘 보아라. 물살이 세지 않고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이렇게 그림자처럼 움직이지 말고 서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물고기가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가까이 다가왔을 때 이렇게 아주 빠르게 물고기를 찍어 올리는 거야.”
말을 마친 푸른 산이 물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찍어 올려서 꿀꺽 삼켰다.
하지만 통디는 아직 너무 어려서 그렇게 세지 않는 물살에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었다. 통디는 자꾸만 비틀거리다 넘어졌다. 통디는 물고기 잡는 일이 무척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엄마 아빠를 따라 하려고 애썼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통디에게 아직 무리인 거 같아요.”
엄마 흰구름이 말했다.
통디는 부리 끝이 뭉툭해서 물고기를 찍어도 물고기는 그냥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통디가 갑자기 아예 물속으로 잠수해서 물고기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마치 물고기처럼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 그래도 물고기를 입으로 물지 못했다. 한참을 물고기를 따라가던 통디가 물 위로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본 푸른 산과 흰구름이 깜짝 놀랐다.
“얘야, 그러다 숨 막히면 어쩌려고 그러니? 물고기 안 잡아도 괜찮으니 이제 그만 강에서 나오렴.”
‘엄마, 하지만 물속에서 물고기를 따라다니는 것은 참 재미있는 걸요.’
통디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통디는 또 물속으로 자맥질해서 사라졌다. 물속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헤엄치다 한 참 후에 물 위로 올라온 통디는 날개를 마구 파닥이며 물방울을 튕겨대며 재미있어했다.
푸른 산과 흰구름은 통디가 물에 빠진 줄 알고 놀라서 다가와 통디를 물어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이상하긴 이상하군! 분명 다르긴 달라. 물고기 잡는 것보다 물고기를 쫒아 다니며 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게다가 잠수까지 하고 또 날개로 물방울을 튕기며 놀고. 아기라서 그런가?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놀았었나? 아니, 나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대체 아이가 뭐가 잘못된 걸까? “
푸른 산은 물고기를 잡아서 통디에게 주었다. 통디는 물고기를 입에 넣어 삼키려고 애썼지만 물고기가 커서 쉽지 않았다. 통디가 놓친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통디도 풍덩 하며 물고기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빠 눈에는 통디가 물고기와 장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귀엽긴 하지만 조금도 조신하지 않고, 우아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아. 이상해!”
아빠 푸른 산은 계속 생각에 잠겨 혼잣말을 했다.
엄마 흰구름은 한숨을 쉬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개가 너무 작고 가녀려서 날기를 가르치는 것은 포기해야겠소. 우아하게 걷기를 가르치는 것도 안 되겠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안 되겠소. 부리가 뭉툭하고 크기만 하니.”
아빠 푸른 산이 한숨을 쉬며 흰구름에게 말했다.
"넌 대체할 줄 아는 게 뭐니? 엄마, 아빠는 널 위해 뭐든지 다 해주고 다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대체 넌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거니? 엄마, 아빠가 아무리 지식이 많고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아무리 우아하고 아름다워도 너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없단다. 넌 대체 뭐니?"
엄마 흰구름이 신경질적으로 통디를 몰아붙였다. 통디는 겁을 먹고 엄마를 슬슬 피하다가 강물에 풍덩 빠져 버렸다.
엄마는 머리를 감싸며 바위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었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이고 잘 놀게 해서 겨울 대이동 때까지 아이가 빨리 자라게 해 줍시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이 전부지 않소.”
아빠 푸른 산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물고기를 한 마리씩 물고 근처 나무로 날아 올라갔다. 통디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다녔고 그리고 순식간에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물을 튀기며 다시 올라왔다. 그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한 떼의 백조들이 강가로 날아왔다. 숲 속 유치원 아이들이었다. 유치원 선생님 최고로와 보조교사들이 둥글게 날며 강 위를 살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통디를 발견하고는 빙 둘러쌓다.
“바보, 바보! 말도 못 하는 바보! 엉덩이와 가슴만 흔드는 멍청이! 말도 못 하는 괴물!”
애들이 놀려댔다.
최고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런 우아하지 못한 말은 우리 백조들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그리고 잔뜩 기가 죽어 고개를 날개 쪽으로 묻고 있는 통디에게 말했다.
“어서 여길 떠나거라. 넌 병이 다 나을 때까지 아이들과 어울려선 안 된다는 게 장로들 규정이야.”
통디는 물속에서 바위로 올라오려고 했지만 자꾸 미끄러졌다. 할 수 없이 그냥 물 위를 헤엄쳤다. 아이들의 놀림과 비웃음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어린 통디의 등에 꽂혔다. 통디는 물이 깊은 데로 헤엄쳐왔다. 무서웠다. 엄마, 아빠는 반대편 쪽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수치심이 더욱 통디를 괴롭혔다.
‘내가 사라져 버렸으면. 내가 투명하게 되어 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고 통디는 생각했다. 통디는 나무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추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유치원 아이들은 어느덧 모두 다리가 길어져 있었고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우아하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물속에 그림자처럼 조용히 서서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어린 백조 하나가 강물 속에서 물고기를 찍어 올리는 사냥에 성공을 하면 친구들이 박수를 치며 탄성을 지르곤 했다. 그러면 사냥에 성공한 백조는 물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자랑스러워했다.
“왜 나는 저 아이들 같지 않을까? 왜 나는 저 무리에 끼지 못하게 된 걸까? “
통디는 나무 그늘 속에서 말할 수 없는 소외감과 슬픔에 잠겼다.
최고로는 숲 속 유치원 아이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성공적으로 가르치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날아갔다. 강가는 다시 조용해졌다. 얼마 후 흰구름과 푸른 산이 통디를 찾으러 강가로 내려왔다. 그런데 통디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강가 주변과 나무 위를 계속해서 빙빙 돌며 통디를 찾았다. “통디야! 통디야!” 흰구름과 푸른 산은 애타게 통디의 이름을 불렀다.
통디는 가까이서 엄마, 아빠가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통디도 엄마! 아빠!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 “꽥꽥~” 거리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자기를 괴물로 여길 것 같아 끝내 소리치지 못했다.
“아마도 사냥꾼에게 당했나 봐요.” 엄마가 말했다.
강물 위를 둘러보던 아빠 푸른 산이 말했다.
“그게 정녕 그 아이의 운명이란 말이오?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에게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오? 왜, 우린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오?"
푸른 산이 날개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울었다.
"우리가 겨울 이동을 할 때 그 아이를 떼놓고 간다는 게 더 큰 형벌이었을 거예요.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 그만 돌아갑시다.”
한참을 강물 위에서 슬퍼하며 울던 엄마, 아빠는 날이 어두워지자 둥지로 날아갔다.
통디는 그 후 물결에 떠 밀려 내려와 대장 첫새벽과 만나게 된 것이었다.
통디의 이야기를 듣고 난 봄꽃과 봄날 아침 그리고 병아리들은 통디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정말 힘들었구나!”
암탉들과 병아리들은 통디에게 다가와 날개로 통디를 감싸 주었다.
그날 밤 통디는 아기 병아리들과 기대어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것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