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신을 용서 해야 해!
다음날 아침 농장 아저씨는 아줌마와 함께 닭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통디를 관찰했다.
“아직 어려서 알을 낳지는 못할 거 같아요.”
아줌마가 말했다.
“암놈인지 수놈인지 먼저 알아봐야지.”
농장 아저씨가 성큼성큼 우리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통디를 붙잡고 두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 올렸다. 놀란 통디는 꽥꽥 거리며 소리를 쳤지만 곧 힘이 빠지고 무력해졌다. 농장주인은 손으로 깃털을 헤치고 항문을 자세히 바라보더니 통디를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소!”
땅에 떨어진 통디는 거의 정신이 나가서 꽥꽥 거리며 우리 안을 돌아다녔다. 첫새벽과 암탉들은 불안한 눈초리로 조용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잡아서 당신 몸이나 보신합시다. 어디 농가에서 따라온 모양인데 농장 주인이 찾으러 오기 전에 말이지.”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오리가 몸에 좋다고 어디서 날 위해 한 마리 보내준 모양이구려. 그럼 당신이 잡아서 손질해 주구려. 나는 약초를 넣어 푹 다릴 테니까. 당신도 나도 몸보신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소.”
아주머니 말에 아저씨가 다시 통디를 잡기 위해 우리 안으로 들어왔다. 통디는 다시 잡히지 않으려고 꽥꽥거리며 우리 안을 도망 다녔다. 병아리들은 무서움에 떨며 우리 한구석에 쥐 죽은 듯이 모여 숨도 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농장 주인이 통디를 붙잡아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려고 할 때 횟대에 앉아있던 첫새벽이 날아서 두 다리로 농장 주인의 얼굴을 가격했다. 순간 농장 주인이 비틀거리며 통디를 놓쳤다. 다른 수탉들과 암탉들도 일제히 농장 주인에게 달려들어 뾰족한 부리로 농장 주인을 쪼았다. 그리고 모두 큰 난리가 난 듯이 꼬꼬댁, 꼬꼬댁 울기 시작했다.
“어서 문으로 나가. 숲으로 도망쳐!” 첫새벽이 소리쳤다. 통디는 있는 힘을 다해 문으로 달려 나갔다. 문 밖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통디를 잡으려고 했다. 이때 암탉 봄꽃이 통디와 농장 아주머니 사이로 달려들었다. 봄꽃 때문에 통디를 놓친 아주머니가 발로 봄꽃을 차는 동안 통디는 숲으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이놈의 닭들이 왜 이래. 오늘 몽땅 다 죽여 버리겠어!”
화가 난 아저씨가 소리쳤다.
“도망쳐, 멀리!
뒤돌아보지 말고 빨리!”
농장 주인의 발에 맞아 나가 떨어지면서 발을 꺾인 봄꽃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소리쳤다.
통디는 봄꽃의 목소리를 들으며 숲으로 죽어라 달렸다. 통디가 숲으로 사라지자 농장에서는 소란이 잦아들었다. 아주머니는 다리를 다쳐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봄꽃을 들어 올려 아저씨에게 주며 말했다.
“이놈이 오리를 대신하겠다고 나에게 덤볐다오.”
이것을 보고 있던 첫새벽이 횟대에 올라가 허공을 향해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다른 수탉들도 가슴을 쥐어 뜯으며 함께 울었다. 그때, 통디는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고 여겼던 ‘꼬~옥 깨요!’ 하는 소리가 첫새벽과 그 일행들이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암탉 봄꽃의 다가 올 죽음을 슬퍼하는 울음소리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봄꽃은 아저씨 손에 들려서 사라지며 병아리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수탉 장하와 첫새벽 대장 그리고 다른 암탉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봄꽃의 눈에서 수정 같은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봄꽃은 조용히 운명을 받아들였다.
“통디를 돌봐주세요.”
봄꽃은 첫새벽을 향해 부탁했다.
첫새벽은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울부짖었다. 아기 병아리 봄과 여름이 그리고 가을이와 겨울이도 울면서 봄꽃을 따라갔다. 그러나 농장 주인은 병아리들을 잡아서 우리 안으로 던졌다. 다른 암탉들은 끅, 끅, 끅, 소리를 삼키며 울었다.
숨이 턱에 닿게 숲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통디는 덤불 속에 머리를 처박고 한참을 헐떡거렸다. 그리고는 봄꽃을 생각하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 때문이야! 내가 봄꽃을 죽게 했어! “
통디는 대장이 그렇게 막았는데도 기를 쓰고 무리를 따라갔던 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같은 것은 죽어야 해!”
통디는 봄꽃을 죽게 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크고 시커먼 죄책감이 통디의 가슴을 파고들어 무겁게 짓눌렀다.
그렇게 울고 있는 통디의 눈앞에 반짝이는 줄을 타고 거미 한 마리가 내려왔다. 나뭇가지에서 실을 타고 내려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작은 거미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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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돌림, 네 잘못이 아니야" 출간과 따돌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스토리 펀딩이 진행 중입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19
작가의 말: 아이의 성장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 쓴 힐링 동화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면 자연스럽게 성장에 필요한 마음들이 내재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동화의 스토리를 삶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동화는 아이들이 필요한 때에 힘과 지혜와 통찰을 줄 것입니다. 엄마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랍니다.
당부말씀: 이 동화에 사용된 그림은 무료 배포 가능한 그림이 아닙니다. 저작권이 있으니 무단 사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