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디 19: 다 함께 날다.

통디 이야기 마지막 편입니다.

by 이시스
다 함께 날다.



통디는 이전에 첫새벽을 만나던 숲으로 갔다. 첫새벽 일행과 함께 걸었던 땅은 봄이 되면서 질퍽하게 녹고 있었다. 통디는 뾰족한 새순을 한 잎 뜯어먹었다. 새큼한 맛이 상큼하게 입안에 감돌았다. 통디가 잠을 잤던 덤불들도 잎을 틔워내고 있었다. 통디는 작년 가을 첫새벽 일행이 사라지던 언덕 쪽으로 날아갔다. 멀리 농가 한 채가 있었다. 그 농가는 통디가 따라갔던 첫새벽의 우리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농가는 텅 비어 있었고 거의 쓰러질 듯 했다. 가만히 보니 여기저기 불에 탄 흔적이 있었다. 사람도 다른 동물도 첫새벽 일행도 아무도 없었다.


통디는 첫새벽 일행이 안전할까 신변을 걱정하며 좀 더 날아서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 근처에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에 하얀 오리들이 놀고 있었다. 어른 오리들과 아기 오리들이었다. 하지만 통디는 그들을 백조라고 생각했다. 아직 오리가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오리무리를만난통디 복사.jpg


통디는 아기 백조를 보자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통디가 아기 백조에게 다가가려하자 아빠 백조가 큰 소리로 꽥꽥 거리며 나타나 가로막았다.


“내 아이를 다시 한 번만 납치해봐라. 이번엔 가만두지 않을 테다.”


통디가 놀라서 멈추어 섰다.

“납치라구요?”


“이 나쁜 놈아! 작년에도 내 아기를 입에 물고 도망가 놓고 시치미를 떼느냐! 데려간 내 아이는 어떻게 한 거냐? 빨리 데려다 놔라. 이놈아!”


그 사이 엄마 백조들이 아기 백조들을 모두 안전한 우리로 데려다 놓고 빙 둘러싸고 지키고 있었다. 한 엄마 백조가 풀이 죽은 통디에게 다가와서 항의하듯 말했다.


“우리 아이를 또 훔쳐가려고 온거지?”


또 다른 엄마 백조가 나서며 말했다.

“잠깐, 이이는 백조와는 다르게 생겼는데? 우리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어! 목소리도 비슷하고 뭔가 달라.”


“무슨 소리야. 아까 날아오는 거 못 봤어?”

아빠 백조가 소리쳤다.


“잠깐, 당신들은 백조가 아닌가요?”

통디가 물었다.


"우리가 백조라구? 잘 봐! 우리는 백조들처럼 쓸데없이 다리와 목이 길지도 않고 위험하게 부리가 날카롭지도 않지. 몸이 날씬해서 물에 빠지거나 하지도 않는다구. 우리는 물의 귀족들이지. 이렇게 넓적한 궁둥이는 물에 잘 뜨면서 물에 빠지지 않게 하고, 물갈퀴가 달린 짧은 발은 물살을 가르고 헤엄치기에 완벽하고, 둥글고 부드러운 주둥이는 진흙을 훑어 벌레들을 먹기에 알맞게 생겼지. 우린 오리라구!"


"나도 당신과 같이 생겼어요. 나도 오린가요?"


“그래, 생긴 건 우리와 같아. 목소리도 같고.

먹는 것도 벌레나 진흙이겠지?

통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늘을 난단 말이지. 우리같은 집오리들 중에는 누구도 하늘을 나는 자가 없거든. 참, 이상하네. 오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통디는 그들에게 자신이 숲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날수 있게 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오리들은 의심 반 감탄 반을 하면서 통디 이야기를 들었다. 한 오리 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통디의 목덜미 깃털을 골라주다 결국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 험한 숲에서 살아남다니...”

통디는 오리들의 축하와 포옹을 받았다.


통디는 첫새벽이 그리웠다. 그래서 새벽마다 “꼭~깨~요! 꼭~깨~구요오!” 하고 우는 자기 친구들을 아냐고 물었다.


“작년에 숲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는데, 그 친구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보러 간다고 바로 좀 전에 나갔수.”

오리 부인이 말했다.


“오, 그래요?

지금은 제가 그 친구들을 찾기 위해 잠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꼭 다시 놀러 올께요.”

통디가 즉각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이를 본 숫 오리들이 부러워서 자기들도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려고 용을 쓰다 바닥에 나자빠졌다.


“오리가 나는 거 봤수?”

엄마 오리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기 저이도 오리잖아. 어쩌면 우리가 날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날지 못하는지도 모르지. 혹시 우리도 날수 있을지 몰라. 안되면 저이가 오면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지 뭐. 다시 올 때까지 날개에 힘이라도 길러 놓자구!”

아빠 오리는 가열 차게 날개를 퍼덕였다. 엄마 오리들도 따라서 날개를 퍼덕였다.


아기오리들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빠, 왜 날려고 해?”


아빠 오리가 날개짓을 멈추고 대답했다.

“본래 날 수 있는데 날지 않는다면 바보 아니겠니?”


그리고 나서 아빠 오리들은 결국 기세 좋게 날아올라 산위를 한 바퀴 돌고 내려앉았다. 뒤이어 엄마 오리들도 날아올라 지붕위에 올라앉았다. 지붕 위에서 먼 하늘을 보던 엄마 오리가 소리쳤다.


“솔개가 날아와요!

빨리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어른 오리들이 서둘러 아기 오리들을 우리 안으로 피신시켰다. 솔개가 날아와서 연못이 텅 빈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솔개가 사라지자 “와~!” 하고 아이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엄마 오리들도 지붕에서 마당으로 뛰어내렸다. 무리 중에 몇 마리의 오리들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통디의 뒤를 따라 숲으로 사라졌다.


솔개 복사.jpg





- 끝 -




통디와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통디가 계속 우리와 함꼐 살아나갈수 있도록 통디 이야기 많이많이 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통디18. 너는 내가 꾸는 꿈, 나는 네가 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