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맹 추위 속에 시간이 사라졌다.
여름을 흐르던 시간들은
창에 걸린 커튼을 빨고 헹구어
씨줄과 날줄 속에 배어 있던 그 모든 빛깔을 풀어갔다.
창밖에는 벽돌 안쪽 따뜻한 우정과 유대의 삶을 갈구하는 길냥이의
울음이 흰 눈과 함께 허공에 흩날렸다.
햇살을 표지삼아
한쪽 발을 언 땅속에 내리고 간신히 땅위로 잎들이 올라서자
시간이 온다. 안과 밖으로 골고루,
내 한가로움도 다 컸다.
타인에게 맞추려 애썼던 시간들은 모두
거짓을 배우려 몸부림친 시간들이었다.
그저 진실한 가슴에 닻 내릴 것을,
이제 꽃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