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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by 이시스


겨울.

맹 추위 속에 시간이 사라졌다.


여름을 흐르던 시간들은

창에 걸린 커튼을 빨고 헹구어

씨줄과 날줄 속에 배어 있던 그 모든 빛깔을 풀어갔다.


창밖에는 벽돌 안쪽 따뜻한 우정과 유대의 삶을 갈구하는 길냥이의

울음이 흰 눈과 함께 허공에 흩날렸다.


햇살을 표지삼아

한쪽 발을 언 땅속에 내리고 간신히 땅위로 잎들이 올라서자

시간이 온다. 안과 밖으로 골고루,

내 한가로움도 다 컸다.


타인에게 맞추려 애썼던 시간들은 모두

거짓을 배우려 몸부림친 시간들이었다.

그저 진실한 가슴에 닻 내릴 것을,


이제 꽃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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