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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Aug 05. 2017

바다

우리들은 오래도록 흙길을 걸었다 
그리고 또 시멘트길을 걸었지. 
인류가 만든 바위처럼 단단한 길.
그 길이 끝나면 
언제 적부터 쌓였을지 알 수 없는 모래길
발이 푹푹 빠지며 신발 속으로 기어든 모래가 발을 깨우면 
기우뚱 거리며 ,
우린 우리가 걸어왔던 세상의 끝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보는 거다. 
마침내 길이 모두 사라져 푸름만 물결치는 곳으로 ,
몇 걸음 후엔 갑자기 모든 것이 싱싱하게 터져 나온다.
웃음소리들,
즐거움에 내 지르는 비명소리들,
흰 물거품을 밟고 섰다가

 이내 푸른 물결에 등을 내주는 사람들.
언제부터 우린 이리도 즐거웠던 걸까?
그다지 많이 필요치 않지
그저 본래 있던 저 모래가 그대로 있고
본래 있던 저 파도가 언제까지나 들어오고 나가며 
그 소리 그대로 들을 수만 있으면 ,
그러면 우리는 살아내느라 힘겨웠던 피로를 언제든 이곳에서 씻을 수 있으리
언제든 다시 싱싱한 웃음을 터트릴 수 있으리.

-2017년 8월 3일 낙산해수욕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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