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영화를 탐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산사나무 아래', 이성적인 사랑에 대해 고목이 된 줄 알았던 내 가슴이 사랑의 설렘과 동경으로 가득 차 올랐다. 남자 주인공 순젠신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찾았다. 그의 그 미소가 자꾸 보고 싶어서, 사랑을 제대로 그린 영화들은 거의 이렇게 보는 자들을 사랑 속으로 끌어들인다.
중국 문화혁명 시대 두 순수한 청년의 사랑이야기다. 지식인 아버지가 강제노동에 끌려간 후 출신 성분과 사상에 대한 의심을 받으며 아주 조심스럽게 살고 있는 여주인공 찡 치우, 그리고 남자 주인공 쑨젠 신은 공산당 간부 집안으로 비교적 부유하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둘은 문화혁명을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시골로 보내져 어느 한 농가에서 만나게 된다.
스토리는 이후 두 사람의 사랑이 전개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 부분은 글이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어떻게 사랑이 오는가? 쑨젠 신의 환한 미소가 크게 클로즈업되어 떠 오른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미소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쑨젠 신이 이끌어 간다. 왜냐하면 바로 사랑을 하는 주체가 그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그 앞에서 여 주인공 찡 치우는 아주 조심스럽게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며 조금씩 사랑으로 나아간다.
'사랑을 하는 자'와 '사랑을 받는 자'. 우리의 사랑에는 언제나 이런 두 개의 위치가 있다. 이 위치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종내에는 둘 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마음이 하나가 되는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서로 다른 리듬으로 뛰던 두개의 심장이 서로 조율되어 하나의 심장처럼 같은 리듬으로 뛰는 것, 이것이 사랑일 것이다.
나는 쑨젠 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보았다. 그것이 내게는 아주 큰 감동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기를 갈망한다. 언제나 자신이 받는 사랑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또한 찡 치우처럼 사랑을 받으면 행복하겠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자'의 행복이 '사랑받는 자'의 행복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랑받는 사람은 불안하다. 나를 사랑하는 저 사랑이 진짜가 아닐까 봐. 혹시 사랑이 아닌 기만일까 봐 ,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면 또 다른 불안이 일어난다. 저 사랑이 떠나갈 까 봐. 저 사랑이 변하게 될까 봐,
또한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을 받을 때만 행복을 느낀다. 그의 사랑과 행복은 상대에게 의존한다. 그에게는 계속해서 사랑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그래서 그는 더더욱 사랑받는 것에 목말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은 마음속에는 그 사랑으로 인하여 자신이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방어가 또 그를 불안하게 한다. 사랑이 떠나간 다음에는 충분히 마음껏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사랑하는 자에겐 이런 불안이 없다. 그는 사랑하고 있는 동안은 언제나 그 스스로 행복하다. 그는 그저 사랑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믿기만 하면 된다. 이런 행복감으로 그는 기꺼이 사랑하는 이를 품고 그녀의 어려운 환경과 요구를 품어 안고 나아간다. 사랑하는 것으로 행복하기에 그는 더욱 넉넉하고 더욱 크다. 비록 그 삶이 반드시 해피앤딩은 아니어도 말이다.
나는 쑨젠 신이 사랑했기에 그의 짧은 삶이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는 것을 본다. 사랑의 관계에서 자기 이익을 구하거나 자신을 찾는 이기성 없이 오직 사랑했던 쑨젠 신, 사랑을 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다른 영화에서라도 실컷 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