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검은 비닐이 나무에 목도리 처럼 걸려서
바람에 춤을 춤을 추고 있다.
작년 한해 밭을 덮고 농작물을 기르던 검은 비닐.
그 비닐을 잔뜩 실은 트럭이 뒤늦게 지나가고,
공터에는 밭에서 실려온 비닐들이 잔뜩 쌓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생태계와 인체 오염에 대한
뉴스가 연일 포털에 올라오고,
서명하라고 서명하면 바뀔것이라고 종용하고,
나는 저 비닐의 탄생과 생의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믿을수 없게도 저 비닐의 목적과 존재의 동기는 사랑이었다.
밭에 씌워져 잡초를 방지하여 농부들의 고된 노동을 얼마나 덜어 주었던가?
흙을 따듯하게 하고 작물이 빨리 잘 자라게 하여 얼마나 크고 풍성한 수확을
안겨 주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농작물을 먹었던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목적과 동기는 사랑일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나쁘게 쓰면서
우리는 그것들을 나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할수 있는 한 맘대로 하면서
그것들이 우리의 의도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