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발 이야기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되새길수록 매혹적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여성의 치유와 성장과 연관지어 재 해석한 이야기 테라피 '재투성이에서 꽃피다.'를 한권 썼는데도 여전히 신데렐라 이야기의 매혹과 갈증이 계속된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나를 가장 매혹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다. (영어동화에서는 글래스 슬리퍼라고...) 신데렐라가 파티에 가기 위해서 얻었던 마차, 시종, 말, 그리고 옷과 헤어핀과 장신구 등 그 모든것들이 마법으로 만든 환상이었다. 그것들은 밤 12시 종이 땡~하고 치면 모두들 호박과 쥐와 누더기등으로 되돌아가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유리 구두만은 진짜였다. 밤 12시 종이 울리고 마법이 풀려도 사라지지 않는 진짜였다.
신데렐라는 마법 할머니가 준 그 모든 마법적인 것들 중에서 오직 유리구두만 진짜로 만들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발은 그녀의 모든 고된 노동을 떠받치는 가장 현실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신체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덕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있는것도, 또한 그녀의 몸매나 가슴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미덕은 바로 그녀의 발에 있었다.
언니와 계모들이 신데렐라의 고된 노동위에서 매일 허영과 사치를 부리며 왕비의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을 때 신데렐라는 매일 '지금 이순간'을 살아냈다. 한 걸음씩 한걸음씩 혼신의 힘을 다해 불합리해 보이는 삶이라는 자기 짐을 졌다.
발은 현실이다. 발은 머리가 만들어낸 환상을 현실화 한다. 머리가 계획하고 가슴이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라 하더라도 발의 힘을 빌려야만 구체적인것이 된다. 발의 힘으로 현실화 되지 않는 것들은 그저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쥐와 누더기와 호박으로 그리고 쓰레기로 되돌아가는 것들이다.
주인공 중에서 마법을 현실로 바꿀수 있는 힘을 지닌 유일한 이는 신데렐라였다. 신데렐라는 그 발로 파티에 달려갔다. 그리고 그 발로 왕자와 함께 춤을 추었다. 그 발은 마치 마이다스의 손처럼 닿는것마다 모두 꿈만 꾸던 환상의 세계속에 있던 것들은 현실화 시켰다. 그것은 가장 진실하고, 가장 순수하며, '지금 여기'에 가장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왕자에게 구두를 남겼다. 그녀는 의례적으로 '누구의 딸이고 이름이 무엇인지' 허명을 남기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녀의 진정한 존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딸이란 소개를 왜 하는가? 자기 자신이 아아니라 자신이 가진 배경을 내 밈으로써 사랑이 아닌 거래에 의한 결혼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은 쓰기 편리하게 이름을 붙여놓은 물건과 같은 것이다.
신데렐라하면 그녀는 누구의 딸이고, 어떻게 자랐고 무엇을 할수 있고 무엇을 할수 없으며....온갖것을 다 이름에 갖다 붙이고 수집하게 된다. 신데렐라는 고유한 자기자신이기보다 무엇을 할수 있고 무엇을 더 잘하는지 기능적 측면으로 평가받는 어떤 물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정보를 수집하고 갖다 붙여 효용가치로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신델렐라라고 이름붙인 어떤 기능과 결혼하는 것이지 그녀 자체가 아닌것이다.
신데렐라는 이 모든 의례들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자기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것, 자신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그리고 가장 진실된 것 하나만을 남겼다. 그러했기에 그 누구도 신데렐라의 발을 대신 할 수 없었다. 신데렐라의 집과 돈과 예쁜 옷과 장신구와 아버지의 사랑을 몽땅 뺏어간 의붓 언니와 계모라 하더라도 신데렐라 그 자신만큼은 뺏어 갈수 없었던 것이다.
왕자는 신데렐라의 구두 한쪽을 들고 찾아왔다. 그 방법이 오랜 인내를 요구하는 미련한 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는 끝내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렇게 그는 사랑하는 이의 한쪽 구두를 가지고 나타났다. 그때까지 신데렐라도 한쪽 구두 뿐이었을 것이다. 한쪽 구두로 그녀는 어쩌면 절룩거렸을 것이다. 맨발로 버텨내던 현실이 한쪽 구두만을 가진 후론 더욱 힘겨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욱더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인내했을 것이다.
그리고 왕자가 찾아 왔을때 그녀는 다른 한쪽의 구두를 마저 꺼내 신음으로써 자신을 온전하게 증명했다. 그렇게 신데렐라는 온전한 두 발로 새롭게 펼쳐질 세상을 향해 나갈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신데렐라가 온전한 두짝의 구두를 신고 서 있었을 때 그녀의 누더기나 땟국물 흐르는 뺨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아무런 것도 방해하거나 가릴수 없었던 것이다.
순수하고 진실한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하여 진정한 사랑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나는 신데렐라 스토리 2탄을 써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