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토닥이며, 우리는 떠났다
2023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남편과 나는 낯선 모텔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9월 초, 먼저 영국으로 떠났던 남편이 드디어 한국에 왔다. 딸을 데리러 오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영국에서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했고, 나는 10년간 일군 공부방 사업을 정리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었다. 쌓인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나누고, 버리는 과정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었다. 그건 한국에서의 지난 시간을 되짚고 떠나는 연습이었다.
드디어 남편이 돌아왔다. 그리워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보고 싶었던 그가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재회는 낭만적인 데이트 대신, 짐 정리와 물건 나누기 목록으로 채워졌다.
단 7일.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은 너무 짧았다. 마지막 날 밤, 우리는 겨우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
서로에게 묻는다.
“우리, 잘한 선택 맞지?”
대답 대신, 씩 웃으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결혼은 서른여덟에, 딸은 마흔 전에 낳았다. 그 후 10년, 공부방 사업과 육아를 병행하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결혼 후 줄곧 한국에 살면서, 나는 남편에게 늘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남편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영국이 아닌, 나의 나라에서만 살아온 세월들. 그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빚처럼 쌓여갔다.
이제 그 빚을 조금 갚아보려 한다.
남편의 나라, 영국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내일이면 나이 오십.
집도, 가구도, 차도 다 정리했다.
남은 건 낯선 모텔방의 침대 위, 우리가 다시 함께 있는 지금.
잠시 후,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언제 와?”
나는 애써 밝게 말했다.
“엄마랑 아빠, 이제 곧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