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와 두 백수의 도전
1화. 공부방 창업의 시작
갓난아기와 두 백수의 도전
2014년 봄, 나는 작고 귀여운 딸을 안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조리원에서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회사가 아닌 집에서 아이와 함께 느린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나의 39살 봄, 그 해 봄은 내가 여태껏 경험해 온 계절이 아니었다.
나의 20.30대 봄은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디렉팅 하며 열정을 발산하는 계절이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프로젝트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었다.
결혼에 큰 뜻이 없는 내게 대화가 잘 통하는 영국남자와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또 마흔 전에 예쁜 딸을 낳았으니 엄청난 축복이었다. 그 딸아이의 이름은 한국인 아내와 영국인 남편이 만나서 자녀가 태어났으니, 한영이로 지었다.
한영이가 태어난 뒤, 나의 생활은 적응이 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늦게 아이를 낳은 만큼 주변에서 나에게 훈수와 충고가 넘쳤고, 처음 경험해 보는 엄마의 낯섦을 적응도 하기 전에 난 백전백패를 한 기분으로 짜도 짜도 나오지 않는 모유만큼이나 나의 자신감은 쪼라그들고 있었다.
1년의 휴직기간 동안, 엄마로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영국인 남편은 초. 중등 교원연수 트레이너였고, 하는 일은 초. 중등 영어선생님들에게 코칭을 해주는 일이었다. 연수가 끝날 때마다 선생님들께서 남편을 만나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정말 감사해할 때마다 남편은 그 일에 많은 보람을 느끼며 진정으로 그 일을 사랑했었다.
그런데, 누리과정 예산문제로 교육청과 정부 간의 마찰이 생기더니, 교원연수에 관한 예산이 다 날아가 버렸다. 교육청에서는 언제 예산이 책정이 될지 모르니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제 우리 두 부부는 백수가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한치 앞날을 모른다더니...
갓난아기와 두 백수.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함께 산책하고, 목욕시키고, 요리해서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몇 주가 흐르자, 앞으로 이렇게 계속 놀 수는 없다는 불안감에..
남편이 고민 끝에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넌 교육기획 전문가이고, 난 티칭 전문가이니 한영이 키울 때까지 공부방을 하는 건 어떻겠냐고?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평생직장 생활만 해온 우리가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가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영어과외는 대학교 때 많이 했었지만, 사교육의 영역에서 한 번도 일한 경험이 없는 데, 괜찮을까?
그리고, 실컷 공부해서 직장에서 인정받다가 이제 승진이 코 앞인데, 그걸 포기하고 동네에서 조그마한 영어공부방을 차리자고? 나의 자존심이 조금은 뭉개졌다.
하지만, 남편의 결심은 확고했다.
한국에서 갑작스러운 회의, 회식, 늦은 야근은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힘든 구조라며.. 가족 세 명이 함께 최대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나 또한 가족의 행복이 더 중요하기에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돌봄을 최우선으로 두고 사업을 하자는 철칙을 내세우며,
딸아이의 이름을 넣은 공부방, 한영이네 영어공부방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우리의 험난한 공부방 사업계획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첫 사업회의 시간.
20개 이상의 질문들로 가득 찬 질문지를 보며
남편은 기겁하고 회의를 시작도 하기 전에 나와 일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게 뭐지...?
난 회사에서 인정받던 사람이라고.
질문들은 대충 이러하다.
우리 공부방만의 교육철학은?
다른 학원과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가치는?
학생들에게 궁극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타깃 학생 연령대와 수준은?
커리큘럼 구성과 교재 선정 기준은?
마케팅 전략과 홍보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