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마음, 엄마의 마음
2개월 만에 만난 딸아이는 다시 나의 품으로 편안하게 안기기까지 2~3일이 걸렸다.
엄마가 영국의 일상에서 사라진 것에 얼마나 화가 났을지, 그리고 그 화나는 감정을 열 살 아이가 삭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제일 편한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싶어도 멀리 있어 그럴 수 없었으니, 엄마에 대한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아이를 안아주고 기다려주는 것뿐이었다.
딸아이는 아빠 옆에 찰싹 붙어 다니며 손을 잡고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랑을 주는 일뿐이었다.
혼자의 싸움, 끝없는 외로움
태국에서 가족 상봉이 있기 전, 두 달 동안 나는 한국에서 치열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다. 부모님과 형제가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딸이 곁에 없으니 가족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국에서 홀로 직장과 육아를 감당하던 남편보다 내가 더 힘들다고 불평했고, 남편에게서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직장도, 집도, 가족도 사라진 상황에서 나는 텅 빈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멍한 채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위로가 필요했지만, 나조차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지어 딸아이에게서도 위로를 받고 싶었다. 엄마가 울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10살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미안해, 딸아. 엄마가 힘들어지니 철부지가 되는구나. 너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다시 혼자가 된 공항의 밤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 어느덧 또다시 공항, 이별의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행복한 시간으로 마음이 충전된 덕분인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딸아이는 울음을 참고 있는 듯 긴장된 몸짓과 어색한 미소로 내게 손을 흔들었다.
“조금만 더 떨어져 지내자. 엄마도 한국에서 잘 지내볼게. 안녕.”
남편과 딸을 먼저 태우고, 남은 4시간 동안 나는 혼자 태국 공항에서 맥주 두 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었지만, 쓸쓸한 마음을 잠시라도 잊고 싶었다.
그때 중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혼자 공항에서 술을 마신다고 하니, 그는 자유로운 삶이 부럽다고 했다. 누구에게는 나의 처량한 현실이 부러움이 될 수도 있다니, 쓴웃음이 났다.
새로운 다짐
그렇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언니 집 거실에 누웠다.
여름옷 몇 벌만 들고 왔던 내게, 남편이 큰 여행용 가방에 가득 챙겨 온 가을·겨울 옷이 있었다. 추운 날씨를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아 다행이면서도, 혼자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제 나는 부모님 댁을 나와 언니 집으로 옮겼다.
슬픔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나만의 생활 루틴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이제 더는 패배자로 살고 싶지 않다. 긍정적이고 활기찬 나의 모습을 되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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