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중 최대 위기

새로운 일상, 빈 시간을 채우다

by 잉글맘

슬픔이 하루하루를 잠식해 가던 나에게 변화가 필요했다. 다시 남편과 딸을 만나려면 두 달을 더 기다려야 했기에,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게 하려면 일이 필요했다.


10년 동안 운영했던 영어 공부방의 기억이 떠올랐다. 아이가 태어난 뒤 사교육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시간들. 공부방은 점점 자리를 잡았고, 대기자 명단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3개월간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아이들 숙제를 체크하며 2년 동안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초등학교 6년을 함께한 아이들이 졸업하고, 형제자매까지 맡겼던 학부모님들과는 1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왔다. 그분들께 상황을 전하자, 세 분이 바로 과외를 부탁해 왔다.
“선생님의 상황은 마음 아프지만, 그래도 수업을 받게 되어 저희는 행운이에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마음을 다독여주었다.


또 다른 도전도 시작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 과정.

요리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영국에서 한식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몰라 시간을 내어 배우기로 했다. 매일 오전 4시간씩 조리대 앞에 서는 일은 육체노동이나 다름없었다. 결혼 12년 차임에도 내가 할 줄 아는 한식은 많지 않았다. 특히 채 썰기와 규격대로 자르기가 가장 힘들었다.

오후에는 과외 수업으로 시간을 채우며 크리스마스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남편의 이상 신호

조금씩 생활이 안정되어 가던 어느 날, 남편에게서 급한 연락이 왔다.
학교 수업 도중 과호흡이 왔고, 공황장애 증상 같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딸을 돌보며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다 보니 결국 과부하가 온 것이었다. 건강 이상 증세는 우리 가족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결혼생활 최대 위기

한 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연거푸 닥친다고 했던가.

평안하게 살던 우리 부부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나 역시 지쳐 있었기에 남편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강하게 버텨주지 못한 남편에게 실망했고, 화가 났다.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다툼이 이어졌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온 것부터 잘못이야.”
“비자를 어떻게 거부당할 수 있냐고!”
“그냥 다시 한국에서 살면 안 되겠어?”

남편은 원망을 쏟아냈고, 나는 불같이 화를 냈다. 서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화만 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결혼생활 12년 만에 찾아온 가장 큰 위기였다.


겨울은 길고 추웠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맞이할 크리스마스, 그리고 한 도시에서의 만남이 우리를 다시 이어 줄 작은 불씨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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