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다시 찾은 우리

달콤한 빵, 무거운 대화

by 잉글맘

빵 냄새가 가득한 아침, 그리고 가족의 시간

이번에도 나의 여행용 가방은 한국 음식들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 세 명에겐 파리의 유명 관광지보다 보통의 가족들이 주말에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음악을 들으며 춤도 추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것. 그것이 진짜 우리가 원했던 여행이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지하철 종점역 근처, 관광객보다 로컬이 더 많은 동네였다. 아침마다 동네 빵집에서는 신선한 빵을 굽는 냄새가 났고, 그 유혹을 뿌리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특히 갓 구운 바게트는 아무런 잼, 버터 없이도 너무나 겉바촉촉이라 환상적인 맛이었다. 역시 프랑스는 디저트의 나라구나!



파리에서 열린 가족회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과의 대화였다. 공황 증세로 학교를 쉬고 있는 남편,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 살아야 할지 장단점을 적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국에서는 비록 전세자의 계약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살 수 있는 우리의 집이 있었고, 또 영어 공부방을 재오픈한다면 다시 학생을 모집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살림살이들을 모두 다 처분했기에 다시 삶을 꾸려야 하고, 가장 큰 문제는 딸아이의 교육이었다.

이제 막 영국학교에 적응해서 재미있게 다니는 딸아이를 다시 한국으로 데리고 가서 입시 중심의 빡빡한 시스템으로 밀어 넣으려니 눈앞이 캄캄했다. 딸아이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 출국 전까지 일주일을 남겨둔 어느 날 저녁, 우리는 소파에 둘러앉아서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먼저 딸의 의견을 물었다.


엄마가 영국에 지금 들어갈 수가 없고, 아빠는 지금 아파서 일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한국에 다시 들어와서 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는데 너의 생각은 어때?


딸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나는 한국 가기 싫어. 이제야 학교가 즐거워졌는데… 영국에서 중학교 시험도 꼭 쳐보고 싶어.

내가 정말 열심히 공부할게.”


아이의 입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볼게 라는 말을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에게 말하는 딸아이를 보며 언제 이 만큼 커버렸는지..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조금만 더 견뎌보자”는 다짐을 함께 나누었다. 파리의 달콤한 디저트처럼, 마음 한편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엄마, 아빠는 널 응원해.



혼자 떠난 나의 여행

이제 남편과 딸을 먼저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나는 공항에서 그들을 보내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의 20-30대는 독립적이고 도전적이었던 것 같다. 혼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여행했고, 여행하면서 생긴 어려운 문제들도 잘 해결했던 것 같다. 이제 파리에서 남은 4일 동안 나는 혼자 여행을 하며 나의 젊은 시절, 혼자여도 두렵지 않아 했던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에펠탑을 보러 갔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긴장감도 느꼈다.

출국 당일 새벽 4시, 공항이 경찰에 의해 봉쇄되는 돌발 상황도 겪었다. 프랑스어를 몰라 불안했지만, 낯선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결국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혼자였지만, 나는 다시 깨달았다. 두렵고 무서워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는 남편과 딸이 있다는 것.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혼자 남은 시간을 잘 지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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