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가족상봉
영국에서 6학년이 된 딸아이와 새로운 중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남편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성인이라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급작스럽게 새로운 환경에서 엄마 없이 영국 생활을 해야 하는 딸아이가 너무 가엽고 안쓰러웠다.
한국의 삶을 모두 정리한 상태라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10월 중순 학교 방학 기간에 태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자 심사 기간 동안 영국에 들어갈 수 없는 나의 상황 때문에 이제는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가족을 만나야 했다.
9월 초부터 10월 21일까지, 사실 어떤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든 것에 분노가 쌓여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던 시간이었다.
경로를 잃은 인생의 네비게이션
나는 늘 부지런히 계획하며 실수를 줄이려 애쓰며 살아왔다. 덕분에 운이 좋게도 인생은 대체로 무난하게 흘렀다. 결혼 후 아기를 낳고 공부방 사업을 시작하면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며 극복했고 매년 사업이 조금씩 확장되며 삶에도 안정과 여유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인생의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줄곧 평균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경로를 이탈해 전혀 알 수 없는 곳에 불시착한 기분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만날 수도, 도와줄 수도 없었다. 우리에게 정말 큰 시련이 닥친 것이었다.
태국에서의 재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태국으로 향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방콕과 파타야에서 맘껏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행 가방의 절반은 한국 음식으로 채워졌다. 태국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가져가는 게 우스워 보일 수 있었지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방콕 공항에서 딸아이를 향해 뛰어가던 순간, 가슴이 터질 듯 벅차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릴 정도였다.
그동안 쌓인 서러움이 북받쳐 거의 통곡에 가까운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처음 본 딸아이는 연신 내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냐고 묻고, “엄마, 아빠한테도 인사해!”라고 말했다.
그제야 뒤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편이 보였다. 그렇게 2개월 만의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
안정과 회복의 시간
한국에서 한 달 반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한 탓이었을까. 방콕 호텔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리며, 딸과 남편이 수영하는 동안 나는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태국에서의 2주는 특별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수영하고, 웃으며 보냈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세 가족에게는 ‘뒹굴뒹굴하며 밥해 먹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하얀 쌀밥에 김을 싸서, 친정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과 함께 먹는 순간은 그 어떤 호화로운 만찬보다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웃는 시간, 그것이면 충분했다.
#가족사랑 #태국여행 #행복은가까이에 #한국음식 #가족여행 #국제가족 #가족상봉 #네비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