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의 웃음과 눈물
이번 여행지는 내가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리스본을 다녀온 지 한 달 만에 남편과 딸아이가 서울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딸과 남편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시켜 공기밥을 뚝딱 해치웠다.
짧은 2주의 한국 체류. 세 식구는 내가 사는 원룸 바닥에 나란히 누웠다.
큰 여행용 가방 두 개까지 들어오니 방은 금세 꽉 찼지만, 그마저도 행복했다.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면 허리가 아플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남편과 딸 모두 편안하게 잘 잤다. 잠자리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밥을 먹을 때 였다. 쿠팡에서 아주 작은 좌식 테이블을 샀는데, 바닥에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은 밥을 먹을 때는 거의 환자처럼 누워서 먹어야 했고, 밥을 먹고 일어날 때는 딸과 내가 손을 잡아서 당겨줘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 순간들이 얼마나 웃긴지 우리는 한 참을 웃기만 했다.
웃음소리 속에서 오래 기다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졌다.
지나간 순간, 깨닫는 행복
딸의 11번째 생일을 앞두고 출국 전 가족들이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친정엄마가 정성껏 차린 미역국과 갈비, 그리고 반찬들.
작년, 딸의 생일 파티는 10살이 된 기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축하를 받았었다. 영국초등학교에서 생일인 학생은 내가 생일임을 알리는 머리띠를 쓰거나 뱃지를 옷에 달고서 등교를 한다. 그날 하루만큼은 세상의 주인공처럼선생님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에게서 축하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생일에는 엄마없이 보내는 우울한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미어진다.
이번 한국 체류는 친지 모임을 최소화하고 오롯이 우리 셋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산책하다 카페에 들어가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 일상들.
그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충전되는 듯했다.
우리는 왜 늘 지나간 후에야, 그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깨닫는 걸까?
다시 시작되는 기다림
2주는 너무 짧았다.
다시 헤어짐과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딸은 영국에서 졸업시험과 축제, 졸업여행과 졸업공연까지 숨가쁜 일정을 이어가야 했다.
나는 멀리서 응원만 할 수 있었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1년 가까이 엄마의 빈자리를 메워주며 큰 희생을 치렀다.
비자 거절로 시작된 강제 이별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주말 오후 TV를 보며 과일을 먹는 순간
평일 저녁 숙제를 봐주는 순간
남편과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 순간
딸과 손을 잡고 동네를 걷는 순간
저녁 메뉴를 고르며 티격태격하는 순간
침대에서 뒹굴며 영화를 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가장 고귀한 행복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 1년,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태국, 프랑스, 포르투갈, 한국을 떠돌았다.
비행기 위에서, 공항 게이트 앞에서,
낯선 도시의 작은 방에서 나는 늘 같은 소망을 품었다.
이제 비자 결과가 나올 시간이다.
휴대폰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담담히 받아들이리라 다짐했지만
몸은 여전히 긴장으로 굳는다.
그럼에도 나는 기도한다.
앞으로 우리 가족 앞에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한국에서든, 영국에서든.
긴 유랑 끝에,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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