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부엉이, 그리고 나.

아기부엉이를 정성으로 보살펴준 이들을 위하여..

by 인하트 InHeart

아기 부엉이, 그리고 나.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도 될까.
나는 오랫동안 사람을 믿지 않았다.
속임을 당한 횟수가 너무 많아서,
믿는다는 행위 자체가 내 몸에 상처를 내는 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먼저 의심부터 했다.
모두를
심지어 나 자신마저
그런 내가 누군가를 찾아갔다.
그녀에게 말했다.
“도와주세요. 제 이야기를 믿어주세요. 진실인지.. 아닌지.. 직접 봐주세요.
그냥… 누군가는 제 말을 제발 듣기만이라도 해줬으면 해요.”
그녀는 처음 나를 믿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도 나 자신을 믿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믿지 못하면서도,
나를 대신해서 움직여주겠다고 했다.
내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겠다고
내가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을
그녀가 조심스레 세상에게 건넸다.
우리는 약속을 했다.
모든 것이 끝날 때쯤,
그녀가 나에게 편지를 써주겠다고

그 편지 한 장이면 된다고
그 안에는 “ 이제 괜찮아 ”라는 한 문장만 있어도 된다고
지금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그 편지만 기다린다.
심장이 매일 조금씩 조여 온다.
두렵다.
또 속을까 봐.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이제 영원히 아무도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부엉이 영상을 봤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차가운 낙엽 위에 파묻혀 있는,
작고 보송한 생명.
그 순간, 내가 그 부엉이가 된 것 같았다.
세상이 차갑고 낯설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엄마도 없이
날개도 펴본 적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그저 누군가의 온기만 찾고 있는
그런 작은 존재
아기부엉이.

남자는 조심스레 아기부엉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이 아이.. 살려줄 수 있을까?”
그는 내가 살아남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믿음이 없어도
그래도 사랑은 있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믿음이 없어도
누군가 나를 그냥 품어줬으면
그리고 언젠가

내가 먼저 믿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줬으면.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진짜로 사랑할 수 있을지
목적도, 상황도, 흐름도 아닌
그냥 그 사람 자체로
온 마음을 맡길 수 있을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기 부엉이가 눈을 뜨는 것처럼

나도 아주 조금,

눈을 뜨고 있다.

그녀의 편지가 오면

나는 그 종이를 가슴에 대고

또다시 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겠지.

당신이 너무나 그리워서

다시 보고 싶어서
그리고는 말할 거야.
“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비록 나를 믿어주지 않았어도
나를 끝까지 사랑해 주어서요. ”
그리고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나는 다시 한번.
누군가를 믿어보아도 될지

그런 날이 다시 오길

새로운 가족이 생긴,

아기 부엉이처럼

나도 진정한 사람을 만나서 진심으로 사랑을 해보고 싶다.

누군가를 하염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랑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

“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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