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역시 난 행복한 아이였어!"
학교에 다녀온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다녀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쫑알쫑알
이야기하느라 바쁜 딸아이는 이 날따라 더욱 바쁘게 수다보따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오늘 학교에서 인성검사를 했는데 물어보는 질문이 136개였거든~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아니다까지 5개 중에 고르는 건데 그거 검사하고 나서
행복지수가 나오는데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높게 나왔어! 역시 난 행복한 아이였어!"
아이는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봐도 영락 없이 행복한 아이였다. 훗~
대부분의 친구들이 70점대가 가장 많이 나왔고
90점이 넘는 아이가 등장하자 친구들이 오~~ 외쳤다고 한다.
그때 한 아이가 우쭐거리는(아이가 표현한 그대로) 표정으로 와서
"난 100점이 넘어! 나 엄청 행복해!"하고 자신 있게 딸아이에게 몇 점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우리 딸도 100점이 넘게 나왔어?"
나의 질문에 아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난 122점이 나왔어~ 우리 반에서 내가 제일 높게 나왔더라고!
그래서 선생님한테 달려가서 얘기했어~ 선생님! 전 역시 행복한 아이였어요!"라고
평소 아이의 자아존중감과 효능감이 높다고 느껴왔지만
검사에서도 뚜렷이 드러난 자기애가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기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한 인성검사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초등학교 4,5,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격 5 요인 검사는 성격유형을 5가지로 나누어 측정하고
적응지수와 행복지수까지 표기되어 초등학교 고학년의 학교생활 적응, 학업수행 및 대인관계 양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검사이다.
아이가 말한 행복지수는 문항에서 성격요인과 자아 관련 척도로 측정이 되는데 130점이 만점인 검사에서 122점이 나왔다니 자기애가 강한 아이는 자아 관련 척도에서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
그래서 자신의 행복을 자랑할 수 있는 아이
때론 지나친 자기애가 이기심과 한 끗차이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의 내면의 힘은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줄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엄마 근데 내가 자기주장이 강해? 인성검사한 거에서 성격에 대해서도 나왔거든"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게 혹시 어떻게 느껴졌어?"
"내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거 같은데, 그거 안 좋은 거야?"
"자기주장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틀리다고 생각하면 안 좋은 거지만
내 생각을 분명히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잘 들어주면 좋은 거지!"
"아~~ 그럼 난 좋은 거 맞네"
아이는 그렇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성격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역시 긍정의 자기 평가를 했다. 훗.
아이의 질문이 이어졌다.
"엄마 그럼 내가 예민해? 예민한 건 짜증이 많은 그런 느낌인 것 같은데 난 그렇지는 않은데"
"우리 딸 예민하지~예민하다는 건 민감하다는 것과 비슷해~ 친구들의 기분이 어떤지 잘 느끼는 것도 민감한 거고 친구들의 달라진 헤어스타일을 알아봐 주는 것도 민감한 거니까"
"아~~ 그럼 나 예민한 거 맞네~ 난 엄청 잘 느끼거든"
엄마의 해석이 더해지자 아이는 성격검사 결과로 자기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민감한 아이면서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
자기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기분 나쁜 일은 두 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이
기분 좋은 일은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하며 계속 그 기분을 느낀다는 아이
타격감은 낮고 회복력은 아주 높은 아이
이런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는 사실 감정을 어루만져야 할 일이 많은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이다.
퇴근한 신랑에게 아이의 인성검사 결과를 이야기해 주자 신랑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니까~~ 그래서 얘는 혼나면서도 자기 속상하니까 위로를 해달라 그러더라고
아니 혼나는 애가 눈치를 보기는커녕 무슨 위로를 해달라는지~ 진짜 행복한 아이 맞아"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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