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존 클라센의 '내 모자 어디 갔을까' 동화책을 보며 정신분석이론에서 말하는 방어기제를 떠올렸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동화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여러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동화책을 통해 방어기제를 알게 되면, 우린 나도 모르게 참 많은 방어기제를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방어기제란 자아가 곤란에 처했을 때, 우리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무의식에서 나를 보호하고자 출동하는 심리적인 의식이나 행위를 말한다.
결국, 방어기제는 이렇게 스스로 자아를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위기나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 때 나를 보호하는 방패의 역할을 해준다.
내가 올려줄까? 곰은 <이타주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거북이의 욕구를 채워준다.
어느 날, 숲 속에서 모자를 잃어버린 곰은 모자를 찾아 헤매며 여러 동물 친구들을 만난다. 거북이를 만났지만 거북이는 바위 위에 오르려고 낑낑거리고 있느라 온종일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한다.
모자를 찾던 곰은 바위 위에 오르려고 낑낑거리는 거북이를 만나, 내가 올려줄까?라는 말을 건넨다.
여기서 <이타주의>라는 방어기제가 떠오른다!
이타주의는 나보다 타인의 욕구를 채우는 방어기제로 곰은 잃어버린 모자를 찾지 못했지만 바위 위에 혼자 올라가느라 끙끙거리는 거북이를 올려주며 거북이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방어기제 중에서도 대표적인 긍정적인 방어기제로 손꼽히며, 대표적으로 봉사, 자선, 후원 등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시공주니어>
난 본 적 없어. 어디서도 본 적 없어.
토끼는 <부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부정하고 있다.
내가 모자를 훔쳤겠니?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
<억제>를 사용하며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자를 찾아 헤매던 곰은 토끼를 만난다. 이때 토끼 머리 위에는 빨간 모자가 얹어져 있지만, 곰은 의식하지 못했다. 모자를 못 봤냐는 곰의 물음에 토끼의 대답이 길고 단호하고 냉랭하다.
난 본 적 없어. 어디서도 모자를 본 적 없어.라고 말하며 <부인>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 중인 토끼, 부인은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나 행동을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부정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가 모자를 훔쳤겠지?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라고 <억제>를 사용하여 나를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의식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억압>이라는 방어기제와 <억제>라는 방어기제의 차이점이 있는데, 억압과 억제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억누르는 방어기제이지만 억압은 무의식적, 억제는 의식적이라는 억누름의 의식구조에서의 차이가 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시공주니어>
어떻게 생긴 건데? <예견>을 통해 모자를 찾으려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보고 있다.
빨간색이고, 뾰족하고, 그리고... <전의식에 도달하는 곰>
이번에는 사슴을 만난다. 모자를 찾아 헤매다 누워있는 곰에게 사슴은 왜 그러고 있니?라고 묻고 모자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어떻게 생긴 건데?라고 연이어 묻는다.
이렇게 곰을 지나치지 않고 먼저 왜 그러고 있는지, 잃어버린 모자가 어떻게 생긴 건지를 묻고 있는 사슴에게서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신중한 일처리를 하는데 쓰이는 방어기제인 <예견>이라는 방어기제를 엿볼 수 있다.
사슴의 어떻게 생긴 건데?라는 질문을 듣고 빨간색이고 뾰족하고, 그리고... 대답을 하던 곰이 뭔가를 알아차린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시공주니어>
<전의식>이 떠올라 토끼를 향해 달려가는 곰, 그 순간 <취소>를 선택하고 싶었을 토끼
아까 내 모자를 봤어!
바로 정신분석이론에서 말하는 전의식에 도달한 것이다. 전의식은 조그만 노력에도 의식 속에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나 감정이다. 사슴의 질문에 의해 곰은 빨간색이고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던 아까 보았던 토기를 떠올리는 <전의식>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토끼를 향해 달려간다. 너지! 네가 내 모자 훔쳤지?
달려오는 곰을 보는 토끼의 눈빛이 불안하다. 이 순간 토끼는 <취소>라는 방어기제를 선택하고 싶었을 것이다. 취소는 이미 벌어진 일을 만회하려는 행동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만회하고 싶었을 그 순간을 직면한 상태이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시공주니어
저기, 혹시 모자 쓴 토끼 못 봤니?
난 본 적 없어. 어디서도 토끼를 본 적 없어,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 내가 토끼를 잡아먹었겠니? 곰이 사용한 방어기제 <부인, 억제 그리고 행동화까지>
결국, 곰은 모자를 찾았다.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곰에게 다람쥐가 다가와 모자 쓴 토끼를 못 봤냐는 질문에 곰은 난 본 적 없어. 어디서도 토끼를 본 적 없어.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마라고 답하며 토끼가 썼던 <부인>과 <억제>의 방어기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토끼를 잡아먹었겠니?라고 연이어 말하는 곰에게서 <행동화> 방어기제까지 엿볼 수 있다. 행동화는 내면에 쌓인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곰의 말에서 <행동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화>는 학교현장에서 학교 부적응의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또래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동으로 옮기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행위를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시공주니어>
누군가 곰에게 토끼를 왜 잡아먹었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곰은 <합리화>를 선택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투사>를 사용했을지도.
동화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곰의 말에서 우리는 곰이 아마도 토끼를 잡아먹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가 있다. 만약 이야기가 이어져 새로 나타난 동물이 곰에게 토끼를 왜 잡아먹였냐고 물어본다면 곰은 <합리화>를 선택했을 것이다.
합리화는 용납할 수 없는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그럴듯한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고 정당화하는 것으로 토끼가 나의 모자를 훔쳐갔기 때문에 내가 토끼를 잡아먹은 것은 정당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혹은 <투사>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투사는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을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타인에게 돌리는 것으로 토끼를 못 봤는지를 물어보는 동물에게 <네가 토끼를 잡아먹고 싶어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 아니야?>라고 동물의 감정으로 돌려버렸을 수도 있다.
동화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방어기제를 보며 생각보다 많은 방어기제가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