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일요일에 이러고 자빠져 있는가.
인스타와 페북에는 황금연휴를 맞아 놀러 감을 인증해주시는 분들이 넘쳐난다.(부럽다)
난 그러거나 말거나 말일과 1일을 맞이하기 위해 어김없이 사무실에 자빠져 있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텅 빈 사무실을 혁오가 채워준다. 여기 있는 내 청춘도 위로해 준다.
'왜, 일을 하는가?'
'난 왜, 이따구로 살고 있는가?'
'그래서 뭐 어찌 되겠다는 건가?'
사춘기도 아닌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요즘 이런 고민에 빠져 있다.
아니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살던 10대와 20대를 지나 30대를 맞이하면서 시작된 사춘기의 고민이다.
10대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학교를 가고 놀았다.
"아 몰라. 미래에 걱정 따위는 미래에 나한테 맡겨두고 오늘은 놀자"
헤드폰에 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노래를 들으며, 10대만이 가질 수 있는 방황과 고독을 마음껏 즐기며 살았다.
20대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선배들의 손을 잡고 따라나갔던 시위 현장에서 삶을 배우기도 하고, 뜨거운 연애도 해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알바만 하면서 살아도 보고, 그러다가 20대가 지루해질 어느 나이쯤 군대로 도망을 갔다.
때로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주어진 상황에 맞춰가며 살았다.
그래서 그런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어쩌면 남들은 끝낸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왜 일을 하는가?"
"난, 이 일이 날 행복하게 할까?"
창업을 하고부터는 나에게 일은 미션 같은 느낌이었다.
호기롭게 창업이란 걸 해보겠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으니 뭐라도 만들어내야 했고.
기왕이면 잘 만들어서 그 분야에는 인정받는 회사,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직원을 채용하고는 매달 월급을 제때에 줘야 한다는 미션을 만들어 어떻게든 수행하려 했다.
전체적으로는 스스로 만든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살아가고,
여전히 완료하지 못한 미션을 수행하며 살고 있다.
솔직히 이 일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하고 있다는 위안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산다.
근데 문제는 이 일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찌 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
일은 행복해야 한다는 게 19살부터 일을 하며 돈을 번 내 지론이다.
그 일의 경중을 떠나 사람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우리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일하는 삶이 곧 8할의 삶이다.
그러니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기왕 행복해 지기 위해 일을 하는 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럼 좀 더 행복해 지기 쉽겠지'
내가 회사를 벗어나 내일을 만들고자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써먹었던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3년이 지난 지금 이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트의 자유론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포인트는 분명 다르다.
어떤 이는 월급이 오르고 승진을 하는 게 행복일 수 있고,
어떤 이는 칼퇴근을 해서 저녁을 즐기는 삶이 행복일 수 있다.
그래서 연봉이 높은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내 삶이 없어' 라며 퇴사하는 친구도 있고, 몇 해째 취직을 못하고 있지만 대기업만 고집하는 친구도 있다.
누가 잘했고 잘 못함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을 가져다줄 일의 종류가 다른 것이다.
30대가 되니 이직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진다.
술잔을 기울며 하는 아무 말 대잔치의 8할이 '회사 옮기고(때려치고) 싶어'다.
직업의 특성상 창업을 한 분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다양한 계기로 창업을 시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개중에는 나처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어쩌다가 한 경우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직장을 옮기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으며
'내가 행복할 일'을 여전히 찾아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일을 한다.
지금 내 미션은 회사를 망하지 않게, 잘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다음 미션을 또 찾을 것이고,
그렇게 계속 미션을 만들며 일이라는 걸 하게 될 거란 걸 잘 안다.
뭐 어찌 되었건, 지금 나는 내 방식대로 살고 내 방식대로 일을 하고 있으니 그거면 된다.
일하는 모두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