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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인호 Jan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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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에 다시 초심으로

창업이란 걸 하고는 해가 바뀌어 갈 때마다 새로운 계획을 맞이할 기대에 희망찬 마음과 새로운 해가 뜨기는 하는 건지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 공존해서 마냥 새해 카운트다운이 즐겁지는 않았다. 


2020년을 맞이하기 위해서 조금 일찍인 12월 초부터 지나가는 해의 과정과 결과를 복기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들을 머리에 담고자 생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 없이 답답하고 막막하다가도 번뜩 희망찬 계획이라도 떠오르면 하루 종일 들떠 있기도 했다. 지난 12월은 한달 내내 심한 조울증 환자 같은 내 마음을 보며 참 신기하고도 딱하기도 했다.


2020년은 벌써 대표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닌 지 7년이 되지만, 아직도 늘 이게 내가 입는 옷이 맞는가 의문인 초보같은 기분이다. 역시나 마음이 좀처럼 커지고 단단해지지 못해 지난 한 해 이리저리 사람에 속상하고, 다른 회사의 투자 소식에는 괜한 상대적 박탈감에 퇴근길에 소주 생각이 나기도 했다. 한 10년쯤 하면 마음이 단단해지려나.


늘 연말이면 '내년이 승부야' 라며 멋들어진 계획 스스로 세우곤 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딱히 멋진 계획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무식에 '올해는 우리 이런일을 하겠어' 라고 멋드러진 계획을 공유하고 싶었지만, 당장 지금처럼 하는 것 말고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게 사업의 권태인가 싶기도 하다.



한 해를 정리하다 보니 두 해 전 2018년 초의 나의 다짐이자 내가 원하는 우리 조직의 모습을 공유한 메일이 생각나 다시 열어 보았다. '와C, 이런 오글거리는 글을 팀원들에게 보냈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함께 이 메일을 보낸 2018년 1월의 그 어느 날 밤 나의 마음과 다짐들을 지난 한 해는 잘 지켜왔는지 반성해 본다.


이제 좀 뭐 알겠다고, 조금 먹고 살만 하다고 혹시나 건방져지지는 않은 건지, 스스로를 보호하겠다고 괜한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건 아닌지 반성한다.  


부끄럽지만 새해의 다짐은 2018년 시작의 어느 날 밤의 다짐을 일부를 공개함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세상에 까발리면 적어도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겠지. 


2020년은 다를 것 없이. 사업자 등록증을 받은 그날, 첫 급여를 이체하던 그날, 첫 거래처와 계약서를 쓴 그날, 첫 고객을 만날 그날. 그날들의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시작한 그 마음을 잊지 않기를.



우리는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ㅇ의 소중한 구성원 여러분

대표직을 맡고 있는 ㅇㅇㅇ입니다.


회사 식구가 늘어나고 앞으로 우리가 더 큰일들을 더 멋진 일들을 하고 성장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같은 지향점으로 같은 태도로 회사와 일을 만나길 바라며, 올 초부터 우리의 기업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미완의 문화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변화하게 될 문화지만,

우리의 일과 구성원 여러분들과 회사와의 관계가 지금의 초석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이라는 회사의 특성상,

나도 초보 대표자고,  여러분들도 초보들이니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초보 딱지를 떼고 멋진 날개를 달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오글거리지만 아래와 같이 우리가 함께 이곳에서 일하는 태도에 관해 적어 보았습니다.

꼭 정독하시고 나도 여러분도 같은 지향점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고민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여행을 인생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믿음을 갖는 것.

우리가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매표소 직원이 편한 마음과 얼굴로 관광객을 맞이해 좋은 인상을 남기거나.

우리가 곤란함에 처한 관광객에게 도움을 주어 그가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가거나.

우리가 좋은 쿠킹클래스를 발견하고 여행객에게 소개하고, 그 여행객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배운 음식으로 가족에게 기쁨을 전하거나.

우리와 함께 성장해 우리의 파트너인 작은 회사가 점점 큰 회사로 성장하고 그곳에 일하는 직원들의 삶이 나아지거나.

우리가 좋은 관광지를 발견하고 소개해 그곳을 방문한 어린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과 영감을 심어 준다거나.

과장된 이야기 같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내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은 분명, 작게는 누군가의 여행을,

더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나와 세상을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갖는 것.

우리는 여행객의 여행을 좀 더 편하고 풍성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미래의 여행객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고 많은 고민을 하며 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 한국의 인바운드 여행 산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해가고,

이곳에 일하는 우리도 함께 성장하고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보다 내일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고 우리가 속해 있는 이 마켓을 더 성장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더 깊은 고민을 할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할 것이라는 믿음

어쩌면 인간은 평생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일도 언젠가 권태가 찾아올 것이고 성장의 속도가 더디어 감을 느낄 날이 올 것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주어지건, 일을 하는 과정 안에 배움이 있고 그 과정이 나를 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 고객에 대한 생각

우리는 경쟁보다 함께 성장함을 고민하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신뢰가 쌓이면 무엇보다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강한 신뢰는 강력한 진입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 못할 일을 억지로 맡아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능력밖에 일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거절하는 용기가 그다음의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와 함께 하는 파트너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어디가 불편한지 살펴보는 섬세함을 가져야 합니다.

항상 먼저 불편함을 발견하고 물어보는 태도를 길러야 합니다. 동료에게도 파트너에게도 고객에게도.


여행이라는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의 일은 결국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우리를 통해 여행객이 좋은 경험을 가져가고, 우리의 파트너는 많은 고객을 만나고,

그러하기에 고객과 파트너, 그들 안에 우리의 일의 모든 해답이 있습니다.

그 어떠한 기술, 상품, 콘텐츠보다 먼저 고객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객이 없으면 우리의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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