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낭만이 1도 없이 사는가에 대한 고찰
나는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여행은 인간이 하는 사치 중 꽤나 낭만적인 행위이다.
허나, 나의 일과 삶은 낭만과는 거리가 꽤나 멀다.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맞닥드리는 순간에는 언제든 낭만이 넘쳐나나
내 일은 숫자와 경쟁에 치이고, 생존에 불안하다. 낭만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다.
나는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행의 순간을 채워주는 각종 즐길거리를 판매, 유통하는 일을 한다.
흔히 OTA(Online Travel Agency)라고 불리우며, 여행의 많은 요소 중 가장 여행자에게 가장 낭만을 줄 기회가 많은 관광지 티켓, 투어, 액티비티, 체험 등 여행상품을 유통 한다. 좀 더 좁게는 한국을 여행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이러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유통한다.
이 모든일의 과정은 여행객과 만나지 아니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로 이루어진다.
offline에 있는 여행자를 위해 online에서 데이터로 일을 한다. 그래서 여긴 낭만이 없다. 사무실 가득히 키보드 소리만 있을 뿐이다.
비지니스고, 생존이고, 경쟁인지라 낭만을 부리는건 사치이다. 더 냉철하게 숫자가 하는 말을 알아 듣고, 경쟁사에 움직임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더 슬픈일은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하듯, 내 삶에도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생존하기위해 답이 없는 고민에 빠져 밤잠을 못이루고, 워라벨 따위는 개풀뜯어 먹는다고 생각하며 의무적으로 일을하고 기계처럼 무표정하게 산다. 느긋하게 커피한잔 하는 시간도 마음깊은 불안에 오롯이 즐기기 힘들다.
나는 원래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특히 여행을 채우는 시간 안에서 마추치는 수 많은 낭만을 사랑한다.
내가 쉬이 하지 못하는 그 낭만과의 만남을 타인이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만나고, 간질간질한 글로 옮겨진 그 여행의 순간을 부러워하며 즐긴다. 인스타그램에 도배되는 아름다운 여행의 순간을 보며 화장실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낭만의 결핍을 채운다.
누군가는 분명 오늘, 여기, 지금, 서울에서
우리가 전달하는 입장권으로 투어로, 체험으로 낭만을 만나고 각자의 일기장에, 여행 에세이에, 인스타그램에 페북에 기록할 것이다. 또 낭만이 없는 누군가는 그것을들 보며 낭만의 결핍을 채울 것이다. 나처럼.
그래서 지금 나는 낭만없이 팍팍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나는 꽤나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회사들은 저마다 '회사의 철학'(대부분 대표의 철학이지만) 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내년에는 우리의 일을 관통하는 슬로건을 하나 써보고자 한다.
"여행의 낭만을 찾고 전한다"
어차피 나만 흐뭇한 슬로건일테나.
아무튼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낭만을 팔고 있다. 여행의 낭만을 선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