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국에는 유독 다양한 성(性)이 존재할까?
파타야를 패키지로 여행하면 필수 코스 중 하나는 바로 '알카자 쇼'라는 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알카자 쇼'는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들. 즉, 트랜스젠더들이 공연하는 쇼이다.
공연이 끝나면 공연장 앞에서 트랜스젠더들과 포토타임도 갖게 되는데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만 같이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과 정신적인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즉 성 동일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태국에는 이처럼 다양한 트랜스젠더들이 있다.
레이디 보이, 게이, 톰보이, 레즈비언 등 종류도 다양하며 동남아시아에서는 유독 태국에서 이런 트랜스젠더 문화가 도드라져 있다.
궁금했다. 왜 태국은 이렇게 성문화가 다양할까?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어느 정도 친밀감이나 유대감이 쌓이지 않은 이상 이러한 민감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영어도 짧다 보니..ㅠㅠ)
그래도 몇몇의 현지인과 주변 지인들을 비롯해 문헌들을 찾아보니 그 궁금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첫 번째, 바로 태국의 국교인 불교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태국은 국교가 불교로 지정되어 있으며, 불교의 가장 큰 사상은 "윤회사상"이다.
전생에 덕을 쌓지 못하면 현생에서 그 업을 지어야 하며, 그 부분이 성으로 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전생의 업으로 인해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정신은 여성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윤회사상이 강하기 때문에 길거리에 방치되어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을 비롯해 나무에 달린 꽃 하나. 심지어 모기조차 잡아 죽이지 않는다.
(모기기피제를 바르거나 잡아야 한다면 손바닥을 동글게 만들어 기절(?)시키는 정도이다.)
이처럼 태국 사람들은 윤회사상에 대해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며, 자신이 느끼는 성 정체성에 대해서 이러한 전생의 업과 관련된 윤회적인 사상으로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사랑한다.
그러하기에 본인의 트랜스젠더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표현하며 즐기는 삶을 산다. 이런 표현은 아무래도 태국이 갖고 있는 '자유'(타이는 태국말로 자유)라는 근본이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16세기에 벌어진 미얀마(당시 '버마')와의 300년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될 정도로 전쟁의 기간이 엄청났다. 300년 이라니...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역사는 물론이며 나라와 작게는 가정과 개인까지 말이다.
우리나라도 전쟁을 치른 나라로 전쟁이 주는 파괴력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300년 동안 전쟁을 했으니 국가나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조차 가질 않는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전쟁을 하다 보면 강제징병이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국민 한 명이라도 총이나 칼을 들고 싸워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태국의 남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징병의 대상이었고 남자아이들까지도 전쟁에 참가해야만 했을 것이다.
결국, 집에 남는 가족 구성원들은 여자만 남게 되고 자연스레 가정의 중심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되었다.
지금도 태국은 모계사회의 성격을 띠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으며, 가정의 중차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할아버지보다 할머니의 의견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그만큼 여성의 생활력과 의사결정권이 강함.)
전쟁 중 낳은 자식이 남자라면 몇 년 뒤 전장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래서 였을까?
부모는 남자아이의 머리를 기르고, 여장을 시키고, 분을 발라줬다.
남자아이를 여자처럼 길러 조금이라도 당신 품에 더 있거나 전장에 보내지 않길 바랬던 것 같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전쟁터에서 죽길 바랄까)
이렇게 자란 남자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거울 속 본인의 모습은 여자였을 것이며 성 정체성에 혼란은 충분히 야기될 가능성이 농후했으리라.
이러한 가정이 늘어나고 '성 동일성 장애'가 생기는 남자아이가 늘어난 것이며, 그렇게 세월이 흐르며 반복이 일어났을 것이고 그러한 문화의 반복은 더 이상 '이상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마와의 300년 전쟁은 태국 국민에게 성문화의 변형을 가져오지 않았을까?
자식을 포화 속의 전쟁터에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에서, 여장남자에서 시작된.
이 두 번째 의견에 있어서 몇몇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이며, 가능했을 긴 전쟁의 시간이기도 하다.
첫 번째나 두 번째나 모두 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엇이 더 명확한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이해하던 이 모두가 태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이며 현상에 대한 근거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는 여전히 이질감이 크며, 색안경을 끼고 있기에 태국을 방문하여 이러한 현상을 겪은 사람들은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만 정보를 습득하고 고개를 내밀어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해하거나 '아하~'하며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나와 다른 색을 갖고 있다고 배척하기 전에 다양성이라는 부분과 그에 따른 근본을 조금만 헤아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나라를 방문했을 때 좀 더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태국을 여행할 때 여자라고 쉽게 보고 싸움을 한다거나 쉽게 침대로 데리고 가지 않길 바란다.
여자라고 생각했던 '그'의 주먹은 생각보다 크고 묵직하며, 내가 잠자리를 갖은 '그'의 기침소리는 생각보다 굵고 우렁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