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 명의 슬픔

by 글쓰는 촬영감독

한 나라가 온통 흑백이다.

개인의 SNS뿐만 아니라 방송조차 흑백으로 방송되고 있다. 그리고 숫자 9.


< 흑백화면으로 애도를 표하는 방송사 >

유명 가수 닉쿤의 나라이고, 우리나라와 단 5시간의 비행거리로 그리 멀지 않은 나라 태국의 지금 상태이다.

태국 역사상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집권한 국왕이 서거하였다.

< 애도인파 속에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슬픔이 가득하다>
푸미폰 아둔야뎃

그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7천만 명 가까이 되는 한 나라의 국민들은 검은 옷을 입으며, 개인의 SNS는 온통 흑백사진으로 색깔을 잃었고, 본인들의 프로필에는 "๙[까오=9]" (숫자 ‘9’는 서거한 국왕이 짜끄리 왕조의 라마 9세이다.)가 써져 있다.


< 프로필의 "๙"는 타이어로 라마9세의 '9'를 의미한다 >


흑백이라는 색(色)이 태국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태국 국기의 흰색, 빨간색, 파란색은 각각 의미를 갖고 있고, 태국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색깔을 갖고 있다.

월요일에 태어난 국왕은 노란색을 뜻하며, 노란색은 즉 국왕을 의미한다.

3년 전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국왕의 쾌유를 빌기 위해 태국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기도 했다.(입원했던 날이 화요일로 화요일은 핑크색이다.)

이렇게 태국은 색깔을 좋아하는 나라이며 국민들이기에 지금의 흑백이 갖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애통함과 비통함을 넘어서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푸미폰 국왕의 흑백사진들을 개인의 계정에 올려놓은 태국국민들 >


"푸미폰 아둔야뎃"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형제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국왕의 자리에 오른 뒤 70년이라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국왕의 자리에 있었다.(물론 섭정 기간도 있었다.)

자국민들에게 그가 칭송을 받는 이유는 많다.

90년대 유혈사태를 낳았던 총리의 쿠데타사건도 그의 일갈과 같은 호통으로 마무리되었으며, (15차례의 쿠데타 중 9회는 승낙을 하였다./태국은 쿠데타도 국왕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위 기간 시골을 직접 시찰하며 왕실의 자금으로 지방을 발전시켰다.(지방 쪽에는 가가호호 국왕의 사진이 걸려 있다.)


또한 왕실 자금으로 태국 내 대부분의 병원들을 지어 국민들의 건강을 보살핀 것으로 유명하다.

짜끄리 왕조에서 ‘대왕’의 칭호를 받은 건 단 2명이다. 한 명은 태국 독립을 지켜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라마 5세 쫄라롱콘 대왕과(서거 후 칭호 임명./방콕에 있는 쫄라롱콘 대학교는 우리나라의 서울대와 같다.) 지금의 라마 9세. 푸미폰은 재위 기간 중에 대왕 칭호를 받았기에 의미가 크다고 한다.


푸미폰 국왕의 러브스토리도 태국 내 여성들에게는 그가 칭송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20대에 오른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가 있었고 그러한 과정 속에 지금의 왕비를 만나고 결혼하게 되며, 역사상 당연시되었던 국왕들의 자유로운(?) 결혼제도에서 그는 일부일처를 고집하였는데 이런 그의 러브스토리는 다양한 성을 갖고 있고, 자국의 남성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태국 여성들에게 있어 종종 회자되는 것 같다.


태국은 1년 동안 애도의 기간으로 선포하였다.

정말이지 추모기간만 놓고 봐도 그의 존재감은 어마하다. 또한 관광수입이 나라의 주 수입원이고 GDP 대비 10%나 되는 관광의 나라임에도 30일간은 국민들의 오락활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인들에게는 큰 여파는 없겠지만, 분명 분위기가 다를 것이고 오락을 즐기는 사람의 숫자도 적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사람도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이러한 나라의 분위기를 충분히 숙지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태국을 좋아한다. 그 나라의 분위기와 그 나라 사람들의 친절함과 미소를 좋아한다.

관광의 나라이기에 외국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배려를 알고 있다.(물론 나쁜 사람도 있다.)


그들과 같이 지낸 시간 동안 그들이 서거한 국왕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익히 들었기에 지금 그들이 겪는 애통함과 비통함에 대해 깊은 조의를 표한다.


향후 국왕의 자리에 오를 왕세자가 사생활과 군부와의 친분 등 태국은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의 소용돌이에 있을 것 같지만 태국이 좋아하는 색(色)처럼 지금 갖고 있는 다양하고 아름다움이 늘 유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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