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살아가다

살다 보니

by 글쓰는 촬영감독

내가 갖고 다닌 컵이 있다.


어떠한 글씨나 표시 하나 없이

하얗고 투명했으며,

누구나 편안히 물을 따르고

담겨진 물을 따뜻이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보니

그 컵은 그리 투명하거나

하얗지가 않았다.


컵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무엇인지 쉬 알아볼 수가 없었고,

촘촘하고 뚜렷하게 새겨진 눈금 때문에

그 누구도 그 무언가를 채우거나 덜어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점점 더 선명 해지는 내 안의 수많은 굵은선들이

어제보다 오늘 더 나를 외롭게 만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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