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일지 ⑥
번개가 친다. 잠시 뒤 천둥소리가 들린다. 비는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한다. 비가 그치면 창문을 활짝 연다. 곧 다시 닫아야 할 걸 알면서도.
날씨가 내 마음 같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얼마 전 가슴에 뻥하고 뚫린 공허함과 숨바꼭질중이다. 공씨는 잠시 숨었다가도, 이내 다시 내게 발각된다.
모든 것은 반복이다. 힘들면 쉬고, 다시 힘이 나면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또 지친다. 그럼 또 쉬어야 한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원형이라고 한다.
여름은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있다. 상담 선생님은 그녀가 대견하고, 멋지다고 말했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는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생님은 내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어떻냐고 물었다. 난 무덤덤한 말투로 “나 자신을 잘 돌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평소와 달리 끼니도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운동도 빼먹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선생님은 "인호님은 원래 잘 돌보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평소에는 내가 아닌 타인을 주로 돌보고 있어서 나한테 소홀한 것일 수도 있어요."라며 멋지게 포장해 주셨다.
선생님은 내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셨다. 많은 관계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동시에 정기적인 피로감도 함께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쎄, 그런가.
나는 점점 더 자연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 바다, 숲, 바위, 바람… 어른들이 그러는 게 이해 안 갔는데.
“얘들아, 저기 좀 봐! 튤립이 피었어! 너무 이쁘지 않니?”
알고 보면 그들은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었을까.
선생님은 내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제는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에게서 휴식 처방전을 받았는데, 오늘은 상담 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이 합심했는지 내게 쉬라고만 한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몸과 마음의 처방을 골고루 받은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