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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호 Jan 30. 2023

인스타그램 사용설명서

인스타그램에 대한 고찰

SNS는 인생의 낭비일까


  최근 약 2주간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모든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했다. 현재 삶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알림을 끄고 타인의 스토리와 게시글, 메시지를 보지 않았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내면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SNS은 인생의 낭비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SNS는 높은 확률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필터 버블과 끊임없는 비교는 삶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자극적인 콘텐츠와 숏폼 콘텐츠들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유명인들은 비난과 악플에 쉽게 노출되어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리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된 삶을 살며 대중의 관심을 구걸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사용설명서


‘의도했든 안 했든, 우리는 모두 관음증 환자다.’ - 수전 손택


  우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 누군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또 한 편으로는 관찰 당한다. 이 곳에는 모두가 가장 잘 나온 사진과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공유하지, 집에서 이틀 동안 안 씻고 폐인이 된 얼굴은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럼에도 인스타그램에는 장점이 있다. 잘만 다루면 무형의 자산이 되고, 소통의 창구이자, 사회적 성공과 유명세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잘못 다루면 '독'이 되지만, 잘 다루면 '득'이 된다. 그러니, 이 자존감의 무간도와도 같은 공간에 잘 머무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1. 검색 탭은 누르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은 우리의 자유를 뺏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이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어떻게 하면 당신의 체류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을지’뿐이다. 카지노의 슬롯머신을 잡아 당기는 행동에서 착안한 검색 탭의 새로고침 방식은, 상단을 잡아끌 때마다 우리에게 모종의 기대감을 심어준다.



2. 스토리는 보지 않는다.

  스토리야말로 인스타그램의 정수가 아닐까. 24시간 안에 사라지는 이 기묘하게 반짝이는 원형의 아이콘은 매번 클릭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친한 친구의 새로운 스토리가 올라오지는 않는지, 또 내가 올린 스토리를 몇 명이 확인했는지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만큼 개인의 일상을 밀접하게 보여주는 기능은 없다. 사람들은 스토리의 24시간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하여 피드에는 올리기 어려운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데, 주로는 정말 쓸데없는 일상 공유가 대부분이다. 오늘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딜 갔는지, 누굴 만났는지, 심지어는 검정 바탕의 흰색 글씨로 누군가를 저격하는 글도 올린다. 이 중독적인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며,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든다.



3. 푸시 알림은 꺼두기

  푸시 알림은 이름부터 강압적이다. 때 되면 ‘어서 봐! 지금 보지 않으면 후회할걸?’하면서 알림이 뜬다. 이런 기능은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기반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시간대에 어떤 문구로 보내면 클릭률이 높아질지에 대해서 연구까지 한다고 하니, 클릭하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






  위 3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에 접속하여 다른 이의 일상을 훔쳐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릴스에 시간을 뺏겨 해야 할 일을 미루며 하루를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이럴 거면 인스타스램을 왜 써! 그냥 안 쓰고 말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실천은 자유다.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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