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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인호 Jan 31. 2023

TV가 바보상자라면, 릴스는 병신 상자다

*팝콘 브레인 (Popcorn Brain): 강한 자극이 넘쳐 나는 첨단 디지털 기기의 화면 속 현상에만 반응할 뿐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


숏폼 콘텐츠를 자주 보게 되면 ‘팝콘 브레인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 증상이 지속되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무기력, 우울, 불안, 충동적인 감정 변화,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 기능 감퇴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자가 진단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 긴 문장을 읽는 게 싫고 힘들어진다.
- 콘텐츠를 볼 때도 스크롤을 먼저 내려 길이를 파악하고, 긴 글이면 보지 않는다.
-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잠시 화장실에 갔을 때도 견디기 어려워 스마트폰을 수시로 열어본다.


모두 팝콘 브레인 현상. 아마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한 번 틀면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분명 오래 봤지만 무엇을 봤는지는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 숏폼 콘텐츠를 우리는 대체 왜 볼까?




1. 수동적 집중력


우리는 독서나 대화를 할 때는 ‘능동적인 집중력’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정신을 쏟는다고 한다. 하지만 숏폼 콘텐츠를 볼 때는 ‘수동적인 집중력’이 사용되는데, 이 수동적 집중력은 자극이 강한 대상을 대할 때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생기는 집중력이다. 즉 일이나 독서, 대화 등을 할 때처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에, 뇌가 이 쉬운 방식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2. 접근성


숏폼 콘텐츠는 다른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생산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언제나 쉽고 빠르게 시청할 수 있으며, 세로 형식의 UI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릴 번거로움조차 덜어준다.



3. 비상시적 보상(카지노의 슬롯머신)


숏폼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형태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레버를 당길 때 이길지 질지 모르는 무작위 한 확률이 우리 뇌를 자극하기 때문인데,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면서 레버를 계속 당기게 되고 결국 중독되고 만다. 어떤 영상은 정말 재미없고, 관심도 없는 영상이지만 레버를 계속 당기게 되면 머지않아 입맛의 맞는 영상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TV가 바보 상자라고 해서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연출자들이 바보가 아니듯이, 릴스가 병신 상자라고 해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병신이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기획자의 시선

프로젝트룸 대표 기획자 노인호의 지극히 개인적인 업계 관찰 & 인사이트 공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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