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힘들다-4. 라파즈의 저주(3)

볼리비아, 라파즈, 2017년

by 장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파즈의 저주가 엉덩이 끝에서 느껴졌다. 길거리 뚜나, 출처 모를 길거리 곱창, 고산지대에서의 과음 중 범인을 하나로 꼽을 수 없었다. 항상 후회는 뒤에 쫓아오는 법이다.


태어나서 장염이란 걸 처음 걸려봤고 세면대와 변기통이 붙어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됐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내 장내 미생물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아니 문제가 생겼다. 확신한다. 항생제가 간절했다.


물이나 파워에이드도 허락하지 않는 지독한 장염이었다. 하루 만에 역할이 바뀌어서 동생이 파워에이드 심부름꾼이 됐고 하루만 있다가 떠나려 했던 라파즈에선 4일이 지나서야 코파카바나로 떠날 수 있었다. 코파카바나는 객관적으로 좋고 아름다운 도시인 데다가 장염에 시달리던 내가 드디어 음식을 소화할 수 있게 된 도시이기 때문에 각별한 곳이다. 힘들고 절대 이 고통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이 오면 나는 코파카바나가 먼저 떠오른다. 모든 상황엔 코파카바나가 있겠지, 하며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됐다.

남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곱창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게 보이면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되물었다. 이런 거 왜 먹었냐고.


그러게요..

인생 살면서 어떻게 맨날 이성적이고 바른 판단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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