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힘들다-4. 라파즈의 저주(2)

볼리비아, 라파즈, 2017년

by 장인


낮잠을 자다가 부산스러움이 느껴져서 깼다. 라파즈의 저주가 시작된 거다.


1분 단위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동생을 보면 분명 측은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웃음만 나왔다. 길거리에서 사둔 핫도그 두개가 다 나의 것이 됐다. 나중에 동생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걸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라파즈에선 호스텔이 아닌 호텔을 잡았던 게 큰 행운이었다.


역시 나는 강해.


이날은 내 생일이었다. 하루 종일 전을 부쳤던 설날 하루 전도 엄마랑 싸워서 축축하고 차가웠던 호텔 방바닥에서 잔 날도 생일날이었다. 내일이 생일이라며 신나서 마시다가 생일 당일을 숙취로 날렸던 적도 있다. 생일날엔 항상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번엔 남미 장염이었다.


반나절을 위아래로 쏟아내더니 기력이 다해서 침대에 누워있던 동생은 애플망고가 먹고 싶다고 했다. 이미 파워에이드 심부름을 세 번이나 했지만 아픈 동생 말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파워에이드 심부름보단 시장 심부름이 낫겠다 싶기도 했다. 아타카마에서 폭우를 같이 경험한 김 씨가 마침 라파즈에 와있어서 같이 과일 사냥을 나갔다.

라파즈

시장엔 어떤 아저씨가 뚜나를 팔고 계셨다. 마침 뚜나가 선인장에서 나는 과일이라는 걸 알게 돼서 맛이 궁금하던 차였고, 나는 최강 위장을 가진 걸로 판명이 났기 때문에 먹어봐야만 했다. 비록 뚜나를 까주는 아저씨의 손톱이 어두운 색이었지만 괜찮았다. 엄청 달고 실 줄 알았던 뚜나는 별 맛이 없었다. 김 씨도 나도 한 입씩 먹곤 주머니에 박아뒀다.

뚜나에 흥미가 떨어지고 애플망고를 찾아 헤매던 중 시장 뒷골목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것을 만났다. (어떤 동물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곱창같은 무언가를 파는 길거리 음식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곱창은 어이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애플망고도 여차저차 구하고, 생일을 축하하겠다며 와인을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동생은 애플망고를 먹고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버렸다. 포도주스와 와인 사이의 그 어느 맛인 볼리비아 와인은 생각보다 재밌었고 어김없이 과음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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