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 리뷰
당신은 무엇을 믿고 의지합니까
종교는 아주 오랜 전부터 인간의 곁을 함께한 단순한 문화를 넘어선 인간만의 보편적인 특성이다. 선사시대부터 인간은 맹수들과 달리 발톱도 없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위안을 삼기 위해 자신들보다 더, 그들이 두려워하는 맹수들보다 더 위에 있는 어떤 초월적 존재를 믿기 시작하고 섬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종교는 체계적인 틀을 갖추고 경전을 집필하고 각자의 고유한 가르침을 추종하는 무리들과 그 무리들을 이끄는 존재를 탄생시키고 마침내 인류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중 하나가 됐다. 무신론자라고 자칭하는 무리들도 결국 '무신론'이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니 결국 인간 모두는 자신만의 종교 혹은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굳건한 믿음으로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길을 걸어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굳건한 믿음으로 구원받는 인간이라는 희망찬 결말을 제시했다면 영화 <사바하>는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신 또는 그 믿음이 어떻게 옳은 길이냐고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험한다. 영화의 주인공 박웅재 목사 또한 이런 시험에 빠져있는 인물이다. 그는 목사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크리스천이지만 자신조차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한 채 다른 종교들을 파헤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고 밝혀내려는 인물이다. 이런 박웅재와 달리 정나한은 자신의 믿음을 확신한 채 실천에 옮기는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라 부르는 김제석이 세상을 구원할 빛이라 믿으며 이유 없는 살생을 감내해 서더라도 그 믿음을 실행하는 인물이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던 이 둘은 결국 그 신념에 배신당해 죽거나 아니면 그 신념에 대한 답을 여전히 찾지 못한 채 헤매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인 초월적 존재 혹은 '그것'은 이 둘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로 신과 같은 존재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 신이 선한지 악한지 확답을 주지 않은 채 처음부터 그것이라고 불리는 초월적 존재를 불길한 존재로 보이게 만드는 연출을 통해 우리가 기존에 익숙해져 있던 클리셰들을 깨며 반전을 극대화시킨다. '그것'이 태어나던 날 시끄럽게 울어대던 염소(기독교에서 염소는 사탄으로 묘사된다.)들은 악한 존재의 탄생을 경배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파멸시키러 온 존재의 탄생 때문에 운 것이었고, 새들이 유리창에 박아 스스로 죽게 만든 것도 '그것'이 자신의 쌍둥이 언니인 금화를 정나한으로부터 보호하려 했던 것이었다. 정나한의 본 환상 또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정나한이 죽인 아이들이 진짜로 '악한 존재'라고 믿게 만드는 일종의 페이크였다.
악처럼 보였던 그것은 털을 벗고 선으로 거듭나고 선처럼 보였던 김제석이 털을 걸치고 악을 드러내는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영화는 우리의 믿음은 사실 보잘것없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영화는 악한 존재 또는 뱀처럼 보였던 '그것'을 사실은 선한 존재이며 우리가 '신'이라고 믿었던 김제석은 결국 자신의 욕망에 스스로를 인간 이하로 추락시킨 '악'이었다는 반전을 주는 연출을 통해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신'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 무지하고 가련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구분하냐고 모두가 터부시 했던 그 질문의 화두를 끊임없는 박웅재의 한탄을 통해 던진다. 죄 없는 여아들을 살해하고 유기한 사천왕이라는 사람들 또한 결국 자신의 믿음에 충실한 채 무엇이 선이고 악한지 구별하지 못했던 가련한 인물들 또는 우리 인간의 군상이라고 영화는 정나한의 쓸쓸한 죽음을 보여주며 말한다.
<사바하>는 이런 인간뿐만 아니라 신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에 가까운 초월적 존재 둘 제석과 '그것'은 절대로 스스로 움직이지 않은 채 자신의 추종자들을 조종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 한다. 결국 신의 위대함은 그를 따르는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두 신념이 부딪혔을 때, 즉 서로 다른 신을 믿는 믿음이 부딪혔을 때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은연중에 질문을 던진다. 영화 끝까지 이 두 초월적 존재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음을 통해 인간은 결국 신을 알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영화의 메시지와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력은 좋았으나 이야기가 나아가는데 사소한 흠이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 <곡성> 여러 상징적인 요소들을 숨겨둔 채 관객의 시선과 해석에 전적으로 맡겼다면 영화 <사바하>는 좀 더 친절하고 노골적으로 자신이 맡은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영화이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증명했듯이 장재현 감독은 한국식 오컬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임을 다시 한번 <사바하>를 통해 증명해냈다. 하지만 서스펜스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관객이 느꼈던 긴장에 비해 다소 허무하고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