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으로 끝날 것 같았던 장난감들의 모험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3편의 강한 여운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이를 갈았는지 <토이스토리 4>는 좀 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과 하나의 인격체로의 정체성. 영화의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바로 이 두 가지의 정체성들 중에서 갈등하고 이로 인해 성장하는 우디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가 우디에만 맞춰져 있고 다른 장난감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기존의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주요 관람 포인트중 하나인 다양한 장난감들의 케미와 개그 씬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좀 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시리즈와 달리 너무 직접적이고 반복해서 메시지를 주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동안의 시리즈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3편에서 새로운 주인인 보니를 만나게 된 우디의 일상은 지난 나날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디는 더 이상 항상 사랑받던 장난감이 아닌 보니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옷장에 처박히는 존재가 됐으며, 더 이상 장난감들의 리더가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식구들과 지내게 된 우디는 더 이상 리더가 아닌 하나의 장난감으로써 보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돌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수많은 장난감들 중 하나'가 된다.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난 데다 영원할 것 같았던 '늘 사랑받는 장난감'이라는 정체성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우디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내기 위해 다른 장난감을 구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고 자신이 아직도 리더로서, 장난감으로써 건재함을 보여주려 한다. 이런 우디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존재는 보니가 만들어낸 새로운 장난감 포키다. 포키는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믿지 않으며 부정하려 한다. 이런 포키를 설득시키기 위해 우디는 계속해서 포키에게 '장난감으로써의 정체성'을 불어넣으려고 애쓴다.
이를 통해 우디는 자신의 '장난감으로써의 정체성'을 다시 되찾고 흔들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잡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오랜 친구이자 사랑했던 장난감인 보 핍을 만나는 순간 우디는 다시 한번 고뇌에 빠진다.
Lost toy, 잃어버린 장난감이라는 이 단어는 토이스토리의 세계관에서 불쌍하고 비참한 존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보는 이런 호칭에도 굴하지 않은 채 오히려 주인이 없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장난감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보의 모습을 보며 우디는 서서히 장난감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써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의 집이라는 작은 세계에서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원할 때가 아닌, 자신이 원할 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존재. 그렇게 우디는 전 주인 앤디의 흔적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이번 시리즈의 악역 아닌 악역이라 할 수 있는 개비 개비 또한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장난감으로써의 정체성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초반에는 아이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기 위해 우디의 보이스 박스를 뺏으려고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그런 이면에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장난감이라는 존재들이 사랑을 받지 못하면 얼마나 불쌍한 존재가 되는지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장난감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수동적인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이며 포키가 그랬듯이 누군가에게 정체성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만들어지는' 존재들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영화는 이 두 캐릭터를 통해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두 장난감들을 보며 우디는 장난감으로써의 정체성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써의 정체성을 택한다.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명대사이자 픽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To infinity and beyond!"라는 대사는 1탄에 이어 다시 한번 이번에도 등장한다. 다만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사용된다. 1탄의 이 대사가 장난감으로서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나타내는 대사였다면 이번에는 말 그대로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방문 밖으로 나선 우디의 선택을 의미한다. 늘 상황 때문에 자신을 버리고 남들을 위한 선택을 했던 우디는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그리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사는 자주적인 선택을 한다. 늘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던 회전목마를 벗어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다시 제2의 인생을 선택한 우디. 영화 <토이스토리 4>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나아가 이제는 '사랑을 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한층 성장한 우디의 이야기이자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 픽사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