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과 테슬라. 두 천재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기대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커런트 워>는 철저히 에디슨에, 에디슨의, 에디슨을 위한 영화이다. 마케팅적으로 부각됐던 테슬라와의 경쟁 구도는 영화에서 그저 에디슨이라는 '사람'을 묘사하기 위한 하나의 사건으로 등장할 뿐 영화는 아내의 죽음과 라이벌의 등장 같은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에디슨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려고 한다.
영화는 전류 전쟁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시작부터 빠른 전개 속도로 진행된다. 에디슨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대사 몇 마디로 보여주고 동시에 다른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등장시킨다. 이런 영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관객들은 눈 부릅뜨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영리한 연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극과 극에서 탄생하는 기묘한 케미스트리
오만함과 자신감 그 어딘가에서 편협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천재라는 진부한 설정이 가장 잘 어울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에디슨과 수년간 다져진 경험으로 천천히 상대를 파악하고 꾸준히 밀어붙이는 마이클 섀년의 웨스팅 하우스. 이 두 상반된 캐릭터가 서로 부딪히며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점령하고자 할 때 영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컴버배치의 에디슨은 <셜록>이 연상되는 고독한 천재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추악한 사업가의 모습이 뒤섞인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폭발하는 에너지의 에디슨과 달리 웨스팅하우스의 에너지는 한 방이 있는 캐릭터이다. 극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웨스팅하우스의 회상 장면처럼 경쟁자의 공격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다가 허점이 보일 때 카운터 펀치를 먹이는 진중한 섹시함이 드러나는 캐릭터였다. 이 두 사람이 서로의 진의를 숨긴 채 서로를 떠보는 장면은 나조차도 숨을 죽이게 만들고 가만히 지켜보게 만들었다.
3. 우아하게 전달되는 메시지
은유와 편집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메시지 또한 영화의 다양한 볼거리 중 하나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담아낸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촬영기법은 마치 관객들을 그 시대로 이끌어 들어가게 만드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특히 극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자 영화의 줄거리가 한 장면으로 응축되어 그려진 박람회 씬은 편집과 음악이 하나의 작품으로 빚어진 예술이었다.
결국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의 신념조차 버리고 사람을 죽이는 전기를 택한 에디슨의 패배와 끝까지 소신대로 밀어붙인 웨스팅 하우스의 승리가 교차편집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길고 장황한 대사 없이도 두 사람의 경쟁을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전시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화려한 기법으로 포장된 메시지뿐만 아닌 직접적인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 또한 전율이 흘렀다. 영화는 박람회에서 마주한 경쟁자를 잔뜩 경계하고 불편한 티를 내는 에디슨과 달리 여유가 넘치는 웨스팅하우스의 단순한 질문 한마디. 처음 13시간을 버티는 전구를 만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극 중 내내 초조해 보였던 에디슨은 그제야 진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잊고 있었던 초심과 마주한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진짜 경쟁자이자 동료로 인정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담도 충격적이었다.
울타리를 세우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것이라는 에디슨의 핀잔에 그러면 울타리 비용을 둘이 나눠서 부담하던가 아나면 아예 울타리를 없애버리면 되지 않느냐는 웨스팅 하우스의 이어지는 현답이 이 두 사람이 각자 어떤 신념을 택했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4. 화합의 결말
극에서 테슬라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테슬라에게 마지막 결말 부분을 맡기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보이지 않는 허망한 미래에 자신을 믿고 과감히 투자한 테슬라의 선택을 상징하는 장엄한 모습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 폭포를 담아내는 에디슨의 시선이 만나는 순간 영화는 화합인지 아니면 결국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인지 알 수 없는 에디슨의 미소를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결국 이 둘의 경쟁은 다른 길을 돌고 돌아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며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