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순간에는 어떤 음악이 나오고 있나요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단 장면 하나나 스쳐 가는 대사 한 줄,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아서 다시 찾아보게 되는 영화들 말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스토리보다는 특히 배경음악에 감동을 잘 받는 편이다.
한국에서 유독 흥행했던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장면 하나하나에 등장하는 모든 노래들이 너무 좋았고 노래를 들으면 그 영화의 장면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몇 번이고 다시 보곤 했다. 음악 못지않게 기억에 남는 명대사도 있다. 바로 프로듀서로 등장하는 마크 러팔로가 무명 뮤지션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하는 대사이다. “음악은 삶의 지루한 부분들을 빛나는 진주같이 만들어준다.” 이 대사를 듣고 우리 인생에도 배경음악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정말 힘든 순간에 슬픈 음악이 아닌 코믹한 음악이 어디선가 흘러나온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도 잠시,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훌훌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뭐래도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은 바로 우리니 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자신을 나타내는 자신들만의 주제곡이 있듯이 우리도 각자 인생의 배경 음악들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핸드폰을 켜고 플레이리스트를 열어보자. 우리가 자주 듣는 음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마음속을 얘기하고 있다. 재작년 겨울, 한동안 내 인생의 배경음악은 영화 <겨울왕국 2>의 OST였던 <Into The Unknown>이었다. 당시 입대를 앞둔 나에게 이보다 더 걸맞은 음악은 없었다. 제목처럼 말 그대로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야 하는 복잡한 내 심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노래라는 생각에 온종일 반복해서 들었다.
논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울려 퍼졌던 <Into The Unknown>은 영화 속에서 엘사가 정체 모를 목소리를 쫓아가듯이 훈련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그렇게 내가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줬다. 어느덧 훈련소 생활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던 무렵 훈련소에서 군가가 아닌 ‘사제 음악’이 나왔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천장에 달린 낡은 스피커에서 힘겹게 뻗어 나오던 묵직한 베이스의 힙합 음악이 귓가에 들리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맞아, 이게 사회구나.’라는 강렬함을 느꼈다.
제목이 뭔지도 모르고 신나게 들었던 곡은 알고 보니 엄청난 역주행으로 사재기 의심 논란까지 있었던 노래, 바로 창모의 <METEOR>라는 노래였다. 노래 마지막에 나오는 ‘드디어 내가 여 왔다.’라는 가사는 언젠가 휴가를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당당한 걸음으로 집에 가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게 했다. 위의 두 음악 모두 아직도 내 플레이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인생 곡’들이다. 이렇게 음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공유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생에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삶에 치여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바쁘게 달려오기만 한 것 같다. 한 번쯤은 발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노래를 들어보자. 지금, 당신의 순간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