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 3> 리뷰

무엇이 아이언맨을 만드는가

by 김인혁

아이언맨>이 AC/DC의 히트곡 “Back in black”이라는 강렬한 록 음악과 함께 오프닝을 열며 유쾌하면서도 능글맞은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했다면 <아이언맨 3>는 여타 시리즈와는 달리 Effiel 65의 “Blue”라는 몽환적인 멜로디의 음악과 함께 토니 스타크의 진지하고 철학적인 독백과 함께 시작합니다.


전작 <어벤저스>에서 캡틴은 시종일관 제멋대로인 스타크를 못마땅해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슈트가 없으면 당신은 뭐지?"


그러나 이런 질문에 스타크는 자존감이 넘치는 인간답게 망설임 없이 자신을 천재, 백만장자, 플레이보이 그리고 박애주의자라며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날립니다. 그러나 뉴욕에서 겪은 전투는 토니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며 토니는 외계에서 오는 존재들이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혹은 자신과 페퍼를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슈트를 제작하는데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토니는 아이언맨 슈트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어느 순간부터 슈트는 그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들어 주는 부속품이 아닌 자신의 전부 혹은 자신이 되어버립니다. 결국 토니는 본인의 경솔함과 혈기로 인해 페퍼는 물론 자신도 죽을 위기에 처해 그동안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부와 슈트를 뺏긴 채 나락으로 추락합니다. 영화는 모든 것을 빼앗긴 절망 속에서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이 아닌 토니 스타크 본인으로서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여줍니다.


“아저씨는 정비공이니까 뭐라도 만들지 그래요?”


극 중 등장하는 꼬마 할리의 이 말은 아이언맨으로서의 토니 스타크가 아닌 인간 토니 스타크를 각성시키고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토니가 그동안 슈트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이 아이의 말을 통해 그는 자신이 슈트를 만들어낸 ‘정비공’이며 슈트는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창조물 중 하나라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토니 스타크'는 슈트에게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슈트를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초반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페퍼가 진짜 '아이언맨'인 토니를 구해내는 장면을 통해 영화는 토니 스타크 = 아이언맨이 아닌 슈트를 입은 누구나 아이언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슈트는 그저 어떤 사람을 아이언맨으로 만들어내는 도구에 불과할 뿐 어떤 사람의 정체성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스타크는 정비공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며 슈트 없이 본인의 힘과 재량만으로 뉴욕 사건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내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그는 맨몸으로 만다린을 생포하는 데 성공하며 토니 스타크라는 존재가 슈트 없이, 아이언맨이라는 정체성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결말부에서 그는 자신의 심장과도 같았던 아크 원자로를 몸에서 떼어내 버리며 아이언맨이 아닌 토니 스타크로서 제2의 인생을 예고합니다.


"내 모든 걸 빼앗아 갈 수 있어도 한 가지 빼앗을 수 없는 것이 있죠, 내가 아이언맨이라는 사실."

토니의 이 마지막 대사는 <아이언맨>의 전설적인 애드리브 "I am Iron man."과 같은 의미로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언맨>의 대사는 단순히 자신을 과시하고 싶었던 토니 스타크의 경솔함에서 비롯된 대사라면 <아이언맨 3>는 아이언맨과 인간 '토니 스타크'의 경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토니 스타크의 진중하고 사려 깊은 고찰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Ironman will return”이 아닌 “Tony Stark will return”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아이언맨이 아닌 토니 스타크로서의 삶을 찾은 새로운 토니 스타크의 귀환을 예고하며 막을 내립니다. <아이언맨>에서 그랬듯이 <아이언맨 3>에서도 스타크는 고난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오만방자하고 자유분방했던 초기의 아이언맨의 성격을 다듬어가며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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