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 분석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by 김인혁

유아인은 자신의 눈을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체를 확인할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보일'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직접 두 눈으로 볼 때까지 찾아다닌다.


해미는 유아인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사물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믿음으로써 그녀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위안을 얻는다. 작은방에 햇빛이 언제쯤 들어오는지 알고 기다리는 그녀는 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방법대로 발버둥 치는 인물이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유아인은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성격'을 완전히 버리고 단지 의심과 해미의 손목시계와 같은 제품이 벤의 서랍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벤을 죽인다. 이미 벤이 살인자라고 '믿어버린' 시점에서 벤이 실제로 해미를 죽였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유아인은 벤이 살인자라고 믿어버렸으니까. 유아인이 결국 자신과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 해미의 ''사고방식"을 통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믿는 것) 수수께끼 같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내놓는다.


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어쩌면 그의 존재 자체가 유아인이 이해하지 못했던 '현대사회' 혹은 '자본주의 사회'라고 볼 수 있겠다. 어린 나이에 포르셰를 몰고 한가롭게 파티를 열고 카페에서 책을 읽는 등 그의 삶은 유아인의 치열하고 거친 삶과는 매우 다르다. 유아인의 삶은 울려 퍼지는 대북방송으로 조용할 날이 없지만 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삶은 안정되어 있고 또 여유롭다.


유아인이 집에서 발견한 금고 속 칼들은 폭력의 유전성을 상징한다. 그의 아버지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람을 폭행했듯이 유아인 또한 "아버지의 칼"을 사용해 범죄를 저지르며 그의 속에 내재되어 있던 분노와 마주한다.


유아인의 자위장면은 해미의 존재가 허구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 장면을 통해 유아인과 해미의 정사는 그저 유아인의 상상일 뿐 현실은 유아인의 자위가 전부였다는 것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이를 보아 해미의 존재 또한 유아인의 또 다른 자아일 가능성이 있다. 자위를 통해 유아인은 "있지 않은 것을 믿고" 성적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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