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 리뷰

의도치 않은 성장통

by 김인혁

한줄평: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아이들

불륜이라는 인간의 가장 동물적인 욕구에서 비롯되는 이 비도덕적인 행위는 국내에서, 특히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일일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오랜 기간 동안 소비되어왔다. 그 이유는 우선 단기간 내에 시청률을 올리기에 이 만큼 자극적인 소재도 없는 데다 부적절한 관계 하나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는 모습을 보면 저비용 고효율로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하고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소재라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배우가 아닌 감독 김윤석으로서 보여준 영화 <미성년>은 이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우면서 큰 변화구 두 개를 던졌다.

첫 번째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잔잔하고 섬세한 연출로 자극적이지 않게 다룬다는 점이다. 물론 당사자들 간의 격한 몸싸움이나 갈등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지만 카메라는 이 모든 갈등들을 마치 블랙 코미디스러운 해프닝처럼 조용히 담아낼 뿐 어떤 극적인 효과도 주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영주와 미희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 그렇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캐릭터가 마주하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 모두 감정의 과잉이나 격한 장면 없이 연기하는데 오히려 이 덕분에 배우들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염정아의 감정을 억누름에도 불구하고 그 새어 나오는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 연기는 염정아가 이 영화의 주연배우로서 훌륭하게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간중간 과하지 않게 자리 잡은 위트 있는 장면들도 극이 너무 무겁고 진지해지지 않게 막아주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주로 김윤석이 등장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 유머들 덕분에 갈등의 원인인 대원이라는 캐릭터를 무작정 악역으로 묘사되지 않고 오히려 생각 없고, 철없고, 아이들에게 맞고 다니는 불쌍하기까지 한 아이 같은 어른이라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런 연출 덕분에 주리와 윤아라는 어른 같은 아이들이 대원과 같은 프레임 안에 있을 때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변화구는 이런 소재를 전달하는데 당사자가 아닌 남겨진 인물들, 특히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극 중에서 영주를 제외하면 등장하는 어른들은 생각 없고, 책임감도 없고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인물들이다. 대원은 자신의 충동적인 선택으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갈등을 만들어버리고 거기서 발을 빼버리고 방관하다가 결국 '미성년' 강도들에게 심판을 받는 무책임한 인물이며,
미희와 박서방은 각자가 원하는 판타지 속에서 살아가는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것 같은 인물들이다. 미희에게는 대원과 함께하는 일생일대의 사랑이, 박서방에게는 일확천금의 기회가 그렇다. 극에서 어른들은 미성년들과 비교되는 덩치만 커 버린 애어른 같은 존재들로 묘사된다.

반면에 주리와 윤아는 현실을 직시하고 살아가는 어른 같은 아이들이다. 대원의 외도를 서로 알게 되고 이 둘이 격하게 부딪히고 난 이후로 이 둘은 서로가 적대관계가 아닌 오히려 같은 선상에 위치한 똑같은 피해자임을 이해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남동생의 탄생이라는 사건을 통해 둘은 어른들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대신해서 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주는 이 외도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갈등 상황을 지켜보고 제일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원의 짐을 대신 지는 인물이다. 극에서 제일 어른다운 어른이자 제일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영주라는 캐릭터를 통해 극의 갈등이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이 두 가지 변화구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한 남동생의 뼛가루를 우유에 타서 마시는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장면이다. 영화 전체가 잔잔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최대한 배제하며 진행됐던 이유가 이 결말 부분을 더 극대화하려는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 때문에 영화가 유지하고 있었던 섬세한 감정의 연출과 천천히 쌓아 올리고 있었던 이야기의 틀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뼛가루를 우유에 타서 마신다는 것부터가 충분히 고어한데 연출을 한 술 더 떠서 이 장면을 해피엔딩처럼 밝은 모습으로 그려낸다. 지금까지 감정이나 연출의 과잉 없이도 극을 잘 이끌어 내다가 왜 마지막 부분에서 과한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 결말만 제외하면 <미성년>은 감독 김윤석의 데뷔작으로 꽤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배우가 아닌 여성 배우들의 앙상블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의미도 있고 연출 또한 잔잔하면서도 극의 전개를 흡입력 있게 잘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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