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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혁 May 30. 2022

공드리를 좋아하시나요.

"좋아하는 영화감독 있으세요?”


어디서 영화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무조건 듣는 질문이다. 이럴 때마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대중성이냐, 예술성이냐. 무난하지만 재미없는 대답이냐, 색다르지만 어색한 침묵만 흐르는 대답이냐.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이름들이 몇 개가 있다. 


아이유나 성시경처럼, 내가 진짜 좋아하는데 나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팬이라고 하기 미안한 연예인들이 몇몇 있다, 영화계에도 있다. 감독 계의 아이유, 크리스토퍼 놀란. 대부분은 '놀란', 이 이름 하나로 정리된다. <다크나이트>, <인셉션>을 좋아한다고 대답하면 반응은 두 가지다. 


'아~'라는 수긍과 함께 '영화 좋아한다면서?'라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까지 괜히 찜찜해진다. 또 다른 반응은 탐구형이다. '오, 어떤 점이 좋았는데요?'. 순간 대답이 너무 뻔했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어떻게든 참신한 표현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지만 소용없다. '그냥.. 스토리가 신선해서요.' 대답이 끝나자 익숙한 눈빛이 보인다. '아~' 


미셸 공드리 영화 추천인데 놀란 얘기만 너무 길었다. 놀란과 공드리는 내 기준에서 완전히 반대에 놓인 감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런 걸 영화로 만들 수 있구나'라면 미셸 공드리는 '이런 걸 영화로까지 만들 수 있구나'다. 말장난 같지만 정말 그렇다. 


미셸 공드리는 이런 감독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지우려는 남자. 한 줄이면 끝날 이야기를,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100분짜리 영화로 만드는 감독. 자칫하면 구멍 숭숭 뚫린 이야기가 될 뻔할 소재를 공백도 없이 상상력이라는 재능으로 빽빽하게 채우는 감독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놀란은 가격과 맛이 비례하는 파인 다이닝이고, 공드리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예쁜 베이커리를 만드는 감독이다. 보기만 좋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비주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공드리의 작품을 보다 보면 어? 하는 순간들이 있다. 공드리는 관객이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즐긴다. 불편한 당혹스러움이 아닌, 즐거운 당혹스러움이다. 


우리가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일들이 공드리의 스크린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직접 보면 안다. 공드리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된다. 시각적인 예술이라는 영화의 본질적인 매력을 극대화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적 상상력을 마음껏 그리는 감독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공드리의 강점은 빛을 발한다. '무의식'이라는 영화 속 세계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마음껏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준다. 


공드리라는 감독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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