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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현 Sep 23. 2021

인생은 ‘각자의 철칙’대로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애덤 스미스 원저의 <도덕 감정론>을 해제한 이 책은 삶에 대한 직선적이고도 풍부한 접근법을 제시한다. 책을 덮기까지 한 문장, 한 문장이 숙제로 다가왔다. 언젠가 해왔던 삶에 대한 고민들이 군대라는 공간까지 이어졌고 이곳에서 더 무거워지던 참이었다. 관계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들 말이다.

 잡다한 상념들이 나를 괴롭힐 때쯤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고 살아가는가.’ 나는 항상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과 갈등을 겪어왔고 비슷한 이유로 문제 가운데서 표류했다. 문제와 타인들을 탓하기 전에 내 삶에서 반복되었던 문제적 습관과 관성을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이 이러한 답답함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mischievous_penguins, Unsplash

#행복 #삶 #가치

각자 우주가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하는 방식, 이러한 ‘각자의 철칙 바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이다.


 저자에 의하면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가 제시한 인간의 특성은 이러하다. 첫째, 사람들이 가장 큰 신경을 쓰는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각자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자격을 기꺼이 갖추고 싶어 한다. 여기서 ‘사랑’이란 인정과 존중을 함유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쓰인다. 결국 인간이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사의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두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으니, ‘적자생존’의 법칙이 발생할 수밖에.


 물론 책은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책도 제시한다. 바로 ‘공정한 관찰자’를 두고 작은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본연의 작은 역할들을 잘 해내라는 뜻이다. 인간은 자기애를 가졌기에 모순적이다. 타인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을 꺼려할 만큼 이타적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일보다 자신의 손가락을 잃는 일에 더 괴로워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공정한 관찰자는 바로 이러한 이타심과 자기애 사이에서 훌륭한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먼지처럼 많은 세상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내가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내게 있어 군대는 서로가 서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각축장, 혹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처럼 느껴졌다. 타인의 실수가 누군가에게 가십거리가 되고 하루 사이에 개인의 평판이 오락가락하는 그런 곳 말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자 했던 내 노력들이 실패했던 때가 종종 있었다. 그로 인해 상한 자존심이 내 자존감을 아프게 건드리기도 했다. 이때 책이 부여한 과제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공정한 관찰자를 두고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상황을 돌아보는 것 말이다.


당신에게 철칙이 있다면 나에게도 당연히 ‘나의 철칙’이 있지 않겠는가. 나 역시 당신보다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니까.


 인간이 가장 크게 신경을 쓰는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은 언제나 후순위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관점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의 괴리감을 좁히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결국 나에 대한 객관성이 나를 바로 걷게 했다. 시선이나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은 욕망에 집착하기보다 매 순간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 데 있어 책임감이 더해지길 원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대단함보다 당신의 충실함이 물결을 만드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근거가 있었다. 한때 내가 거했던 공간에도, 이어지는 내 삶에 자리할 타인들과의 관계에도 언제나 따뜻함이 있길 바란다. 나와 똑같이 중요한 타인을 위해 생각의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말이다.



- 애덤 스미스, 러셀 로버츠,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세계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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