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2022
비로소 한 해를 끝내며, 또 '어떤 바람과 끈질긴 욕망이 뒤엉킨 무엇'과 해후했던 지난 수년을 돌아본다.
생각이 많으나 책임지지 않았던 삶의 짐은 늘 컸다. 그러나 지나 보니,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거나 이뤄져야 하는 신념, 혹은 이념과 진실의 투쟁은 키치(Kitsch)에 불과하다. 내 삶이 다를 리 없다. 신앙인이라고 덧 씌운 수많은 당위성의 진실은 그저 나의 욕망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듯이 나를, 가족들을, 친구들을 사랑해야 하고, 그럴 것이다. 흘러가버린 시간과, 붙잡은 기억과 투쟁 사이에서 그래도 조금은 성장했으리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위안을 보낸다.
더 이상 한 해의 끝에 계산기를 들고 영수증 처리하듯 내가 살아온 귀중한 순간들의 값을 매기기는 싫다. 잘, 했다. 무엇을 해냈던, 혹은 그러지 못했든 그 모든 순간은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오며 가며 함께 한 많은 이들에게 편지도 쓰고 싶었고, 뜻하지 않은 장문의 인사도 보내고 싶었으나 참았다. 과유불급이라 여겨 전해지지 못한 마음이 있다면 이 글로 갈음하고 싶다.
모두 고생했고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에 넘치는 찬사와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 목판에 그림을 새기듯, 꾹꾹 눌러써 절대 잊지 못할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