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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닙 Sep 16. 2022

방송국 놈들이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오래 알았고 보아 왔지만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제작 PD가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해서 배 아파 낳은 자식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매우 낮아 첫 방송 후에 바로 폐지되는 기분을 나는 PD가 아니기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공감할 수 있다.


방송국 놈들이란 그렇다.

이 지긋지긋한 회사, 때려치워야지. 기회 되면 바로 도망쳐야지.

IT업계 대우가 그렇게 좋다던데.

TV매체가 다 망해가는데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지.


나는 상암동 방송국에서 OAP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정말 일급비밀인데, OAP디자이너는 최고다.

최고인 이유를 일부 풀어보겠다.   



1. 이어폰 꽂고 일할 수 있다.

영상디자인은 다양한 레퍼런스를 탐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유튜브 콘텐츠이거나 유행하는 밈이어도 괜찮다. 모니터링 또한 업무다.


2. 보통의 직장인처럼 출퇴근할 수 있다.

9 to 6. 마음만 먹으면 사수할 수 있다. 디자인은 주관적인 영역이다. OAP 디자이너의 업무에는 마감일이 있다. 야근을 해서 서둘러 프로젝트를 마칠지, 마감까지 시간이 더 있으니 오늘은 이만하고 퇴근할지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3. 재택근무에 최적화되어있다.

OAP디자인은 2D 프로그램을 주력 툴로써 사용하지만 3D 프로그램 또한 제작물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통 두 개의 듀얼 모니터를 세팅하고, 3D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양을 필요로 한다. 사용하는 장비는 아마 팀 내에서 가장 고가일 가능성이 높다.


4. 방송국을 나가도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방송영상 업무 경력은 영상 디자인이 아닌 다른 업무 영역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기획과 마케팅 분야는 디자이너를 우대한다. 흥미로운 기획력 와 추진력, 남다른 미적 감각까지 갖추었다.

방송국을 벗어나 다른 환경으로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을 다름 아닌 방송국에서 일하며 얻을 수 있다.


5. 영원한 고통... 끊임없는 직무 개발이 가능하다.

디자인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새로 개발되고 놀랍게 업데이트된다. '디자인'을 업으로 선택한 순간, '공부'라는 평생 친구는 이미 당신의 곁에 있다. 방향 또한 무한하다. 모든 디자인 공부는 다른 디자인에 결국 큰 보탬이 된다. 무엇을 공부하든 착실히 쌓은 지식은 업무에서 활용 가능한 지적 재산이다.


6. 고립된 업무

단점같이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곳은 직장이기 때문이다.

방송 업무의 특성상 예민한 회의 자리가 수시로 생긴다. 긴급한 편성 회의 소집, 비상 상황들. 대체로 OAP 디자이너의 업무는 그들과 별개다. 회의에 불려 가는 경우가 드물며 보통 자리를 지키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여느 직업이 그렇듯 장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애증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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