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리 Dec 04. 2020

우연히 만난, 8년 전 오늘

그리고 그로부터 8년 후 오늘

어떤 글로 시작을 할까 고민을 하다, 예전에 아주 잠깐, 그것도 비공개로 돌려놓고 나만 보고 있는 블로그에 내가 써 놓은 글이 몇 개 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나는 운명에 더 손을 들었지만.


우연보다는 운명, 그건 바로


2012년 12월 4일에 쓴 글이 있는 것이다!


지금이 2020년이니까, 8년 전 오늘의 나. 8년 전 오늘의 내가 쓴 글. 기분이 묘했다.



2012. 12. 04. 해넘이의 무의도


서울에서 불과 삼사십 분이면 갈 수 있는 무의도.


바다 하면 보통 남해나 동해,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서울 가까이에도 바다가 있다.


인천의 바다. 인천 바다가 무슨 매력이 있겠냐고 물을 수 있지만, 내가 가보던 동해나 남해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어디가 더 좋다, 더 별로다 라로 딱 정해서 대답할 수 없는, 다른 매력이라면 다른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항상 몇 시간 씩이나 걸려 가서 보던 바다가 내가 아는 바다의 전부가 아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반짝이는 윤슬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막 고기잡이를 끝내고 들어오는 배들과 분주한 어민들을 발견했다. 땀과 윤슬이 뒤섞여 모든 게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이다. 처음으로 본 바다의 풍경이었다.


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어찌 보면 굳이 생각해 보지 않은 곳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이렇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ㅡ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디서나 '존재'란 것은 '상대적' 평가를 받기 일쑤지만 그 이전에 '절대적' 존재를 유지해야 한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야말로 그 진정한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 


나의 위치. 나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지금이 숨바꼭질에서 술래의 역할이 나설 때이다.


/ 8년 전 오늘


/ 그로부터, 8년 후 오늘


그때도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낮과 밤이 교대하는 순간, 밤과 아침이 교대하는 순간. 개와 늑대의 시간.


낮일까, 밤일까. 어느 한 시간이라고 단호하게 말을 하기에 애매모호한 시간. 어느 경계를 넘어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경계를 무너뜨리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간.


이 모호함의 시간을 지나가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8년 전 찾아 헤매던 나의 위치는 찾았을까? 이상하다. 분명 뭔가를 한다고 했는데, 고군분투하며 지냈던 것 같은데, 여전히 나의 위치를 모르겠는 건 왜일까. 사회적으로 주어진 위치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바라는, 내가 있어야 할 곳, 있고 싶은 곳. 지금 있는, 여기인가?


8년 전 나처럼, 그로부터 8년 후 오늘의 나처럼. 앞으로 올 8년 후의 나는 지금보다 좀 더 무언가를 (뭐가 됐든) 알게 될까? 자신 있게, 알게 됐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시작'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