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달리기

행복하라는 당신의 말, 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영원히 행복할 것이에요

by inihiai



나와 놀랄 정도로 비슷한 사람이었다. 생각, 마음,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나오는 말의 모양마저 비슷했다. 두려웠다. 가까이 가는 것이. 그 사람 곁에 선다면, 내가 온전히 투명하게 다 보일까 봐 그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두려웠다.


그 역시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그의 반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느새, 한 걸음 앞에 다가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나의 시선을 피하는 그의 모습은 나를 더 자극했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것은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불편했다. 행복함과 감사함, 기쁨으로 가득 찬 나의 순간 속에 그는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두커니 내가 가는 길목마다 서있었다.


기차여행은 나를 숨죽이게 하는, 내 목을 조르는 시간이었다. 목을 조르는 손은 나의 것이었고, 점점 더 안으로 조여 들어왔다.


술기운에 젖어 있었던 우리 둘은 사실, 그때서야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를 살펴볼 용기를 냈다. 하지만 진실을 마주하게 되어, 닥칠 아픔에 대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그는 창문을 바라보며 나에게 비겁하다고 내뱉었다.


그와 함께 본 흐릿흐릿 보이지 않는 것들은 잊을 수가 없다. 그것들은 우리를 내비치었다. 그것들을 보는 시간 동안 몽롱함에 젖어 있었던 그의 눈은 마치 그는 말끔한 정신으로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우리는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얀 안개에 뒤덮인 어떤 것의 그림자가 무엇 모를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또한 그것이 나와 닮아 있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의 원망 어린 눈빛은 그림자를 보는 내내 나는 내가 아닌 당신으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집요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가면 뒤 그의 눈을 통해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잊지 못할 순간에 옆자리를 서로가 지켰다는 것, 나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나와 그의, 그리고 우리의 행복을 찾아 떠날 것이다. 아니, 나는 그의 행복을 찾아 떠날 것이다.


‘행복해라,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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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라는 당신의 말, 나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영원히 행복할 것이에요. 아니 행복하지 않을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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